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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한 달팽이 Aug 07. 2024

퇴사와 창업 사이 어딘가

회사에서 창업하기?!


사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고민해야 했던 것은 회사를 계속 다닐지, 떠날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 건설 경기 침체로,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점차 몸집을 줄여나갔고, 그 과정에서 자의, 또는 요청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한때 북적였던 사무실이 어느 순간 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결정의 대상이 되었다.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지시에 따라 여러 시장을 분석했지만, 몇 번을 반복해도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시장과 방향성을 제안해 보겠다고 했을 땐, 모두가 지친 상황이었기에 이번에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꼭 해보고 싶던 제안을 정리했다. 다행히 이 방향으로 한 번 해보자는 결정이 났지만, 단기간에 결과가 나올 일이 아니었기에, 이제는 정말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몸집을 줄여가는 회사에서 최소 규모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대신, 새로운 시도를 선택하는 것은 회사의 모험이면서 나의 모험이기도 했다. 어설프게 시도하다 중단한다면, 모두의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될 수 있었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했던 것은, 자유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과 이곳에서 있는 일을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꼭 해보고 싶었던 제안은 사실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조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외부의 제약 없이, 내가 구상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온전히 시간을 들여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채워나가고 싶었다.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일이니까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회사에서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갔고, 흥미와 재미를 느낄수록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전과 같은 규모는 아니더라도 회사가 다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회사는 나에게 마치 초등학교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틋하거나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졸업한 학교이기에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폐교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어쨌든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낸 곳이기에, 그 시간이 사라지는 느낌이 싫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하는 고민은 하고 싶은 일을 개인적으로 도전할지, 회사에서 도전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판단을 위해, 일을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보고, 각 항목에 대해 현재 상태와 함께 개인적으로 일할 경우와 회사에 남아 있을 경우의 발전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평가한 결과, 정말 실현시키고 싶다면 회사에서 하는 것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 많은 자원과 안정적인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객관적인 점수로 비교해 보니 남아 있던 미련이 정리되었다. 이 일은 회사 일이기 이전에 내 꿈이었기에, 내 일처럼 할 자신이 있었고, 결과를 보고 싶은 거라면 어디서 실현시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자가 정해진 창업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혼자 어설프게 시도해 사라지는 꿈으로 남기기보다는, 더 준비된 환경에서 시작해 반드시 이루는 것을 보고 싶었다.


물론 상황이 더 안 좋아져 지금 하려는 일들이 하루아침에 중단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와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나중에 회사를 떠나더라도 용기 있게 다른 것들을 시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일이 회사에서 있는 마지막 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때는 미련 없이 떠나겠지만, 그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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