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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순간 Feb 13. 2024

[다락방 서재Ⅱ]-안녕, 나는 에밀리라고 해

    대학 수업에서 배운 문학 작품 중 즐겁게 읽은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지금까지도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이 있어 이 글에서 다뤄보려 한다. 'A Rose for Emily'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 속 에밀리는 실제와는 다른, 미화된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과거 속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처음에 에밀리는 본인에게 그저 '이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닌데 싶기도 했다가, 어쩌면 불가피하게 미화된 기억을 갖게 된 인물이 안타깝기도 했다.


    무엇보다 점점 본인에게서 에밀리의 모습이 보인다는 걸 느낀 뒤 씁쓸하고 서글펐다. 이와 동시에 인물에게 애정의 일종으로 애잔한 마음이 생겼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지만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똑같은 삶을 살더라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힘들 때 자주 한다. 이것이 힘든 시기를 버티는 본인만의 방법인 듯싶다.


    이렇게라도 힘든 시기를 지나면 '언젠가 괜찮아지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을 때마다 너무나도 괴롭다.  '나는 왜 에밀리일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스스로가 처량해 자기 연민에 빠질 때도 많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에밀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에밀리가 되기를 거부하지 말고 본인이 에밀리라는 걸 받아들이면 훨씬 낫지 않을까. 여전히 자기 연민에 빠질 때도 있겠지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단순한 위로 이외의 것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실제로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이 다짐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본인의 마음을 더 잘 살피고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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