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쯤 되면 세상에 혹하지 않을 줄 알았다

by 러닝뽀유

엄마 300년 후에 엄마는 몇 살이야? 가르치지 않아도 숫자의 재미에 폭 빠진 7세 아들이 반쯤 잠든 눈을 부비며 묻는다. 만5개월된 둘째 아들의 칭얼거림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나는 순간 고민한다. 아직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 7세에게 뭐라고 답해야 하는걸까?


밤 12시가 되어도 잠들지 않는 두 아들맘은 피로에 쩔어 답한다. 음... 300년 후엔 엄마는 없을거야.


그럼 20년 후에 나는 몇 살이야? 그래. 그건 참 쉬운 질문이구나. 넌 27살이 될거야.


그렇다. 아들의 질문처럼 300년 후에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게다. 질문을 하는 아들도 말이다. 한줌의 재가 되어 지구 어딘가엔 있을 수 있을까.


만약 내일 곧 죽는다면 오늘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밤 12시 1분. 아이들은 새근새근 잠에 들었다. 정적을 깨우며 나는 스탠드를 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남편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300년 후에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듯,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참 단순하고도 심오한 질문에 대해서도 난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쩍 물음표가 수없이 따라다닌다. "왜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말이다.


30대 중반의 나이, 몇 년만 더 지나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마흔이 되어 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전에 없던 물음표가 늘어난다.


말하자면 진로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10대에는 대학 준비하느라 바쁘고, 20대는 직장 준비하느라 바쁘고, 30대에는 결혼 준비하느라 바빴다. 대학을 나왔고, 많지는 않아도 다달이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을 찾았으며,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실감나는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무 고민없이 아이들 자라는 것만 봐도 행복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데 무슨 고민이 있냐며 10대, 20대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거는 듯 하다.


질문과 고민의 뿌리를 찾아 내려가다보니, ‘코로나’라는 일말의 원인을 찾았다.


아무 생각없이 아침에는 직장에 나가야 하며, 저녁에는 쉼을 찾았던 과거, 평일 아침 9시부터 6시까지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뭘 해야 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헤매이던 과거 속에 10년을 살았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를 맞아 남편도 함께 직장을 쉬게 되었다.


일하지 않고 놀게 되었으니, 뭔가 불규칙한 삶을 살 것 같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24시간이 짧을 정도였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 조용한 카페에 노트북을 켜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신문으로 읽고 투자 공부를 했다. 전공이 경제경영이며, 취미가 투자인 남편은 대학생 때부터 신문을 탐독하고, 관련 서적만 천 권 이상을 읽었으며 세상사에 관심이 많았다. 인터넷의 바다에만 들어가면 쇼핑몰에서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던 나는 남편을 만나 소비보다 창출의 기쁨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코로나로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크게 줄었다. 전에 없던 팬데믹이 지구를 강타하자,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갖고 있던 주식을 다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나에게 남편은 ‘지금이야말로 주워담아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팔고 떠나야 한다고 할 때,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남편은 그간 눈여겨 보았던 주식을 매수했다. 평소 관심이 있었지만, 바빠서 머리 한켠에만 있었던 지역의 부동산을 매수했다.


코로나 1년 이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 이상으로 투자로 얻은 소득이 몇 배나 더 커졌던 것이다. 아무리 투자로 인한 소득이 많다하더라도, 투자가 잘 굴러가려면 멘탈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월급 소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젊음은 유한하다. 영원히 아프지 않을 것만 같은 건강한 몸도 우리를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진 않는다. 쉴새없는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이어지는 직장은 돈을 주고 시간과 젊음을 가져간다. 자아성취를 통한 만족감에 배부르기에는 노동으로 인한 소득이 투자로 인한 소득을 앞지르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직장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미리 맛보게 해준 셈이다. 직장 없이도 인생은 굴러갔고, 그 속에 고난도 있지만 분명한 행복이 있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졌다. 온라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생각으로 직장으로 돌아가는 삶에 물음표를 던졌을 때 해외뉴스 알람이 울린다. 해외에서도 코로나 이후 4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둘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는 기사다.


코로나는 수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하지만 동시에 가르쳐준 이런 교훈도 남겼다.

1. 가족은 소중하다.

2.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3. 직장을 벗어나도 돈 벌 방법은 많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아들의 질문에 답을 해본다.


직장이라는 고정관념에 매여있지 말고 늘 가능성을 찾아나서자. 오늘 너와 내가 할 수 있는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아 쟁취하자. 300년 후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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