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좋아하는 키즈카페를 다녀온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아들의 팔을 잡았는데 너무 세게 잡았던 것인지 팍 뿌리쳤다.
요즘 열심히 육아서를 읽고 영혼의 수련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등 엄마의 대화법 서적을 주로 읽고 있다. 교직생활과도 맥이 닿아있어 두루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사실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면서 크게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한다는 측면에서 삶을 살아가는 '처세술'을 익히는 데 유용할 것 같다.)
순간 0.5초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 초코, 뭔가 불편했나보구나. 왜 엄마 팔을 세게 쳤는지 엄마한테 이야기해볼까?"
멋쩍은 아이는 "엄마가 팔 너무 꼭 잡았어. 그렇게 안 잡아도 내가 따라갈 수 있어." 란다. 불과 한시간 전에도 붙잡는 팔을 뿌리치기에 "이리와 엄마가 기다려줄게" 하면서 그냥 꼭 안아줬었다.
7세엔 아들이 유난히 시크해지는 시기였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글도 읽고 쓰기 시작하는 나이, 집도 내가 알아서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였다. 또 옷도 내가 마음에 드는 걸로 입으려고 하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도 했다. 아이의 독립심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영역을 지켜주기로 했다. 아들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하니까, 숨을 수 있는 동굴을 제공해주면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이다.
엄마의 품에서 조금 더 멀어지도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가려는 아이를 보는 것 같아 찡하기도 하고 기특하다.
어느덧 아이는 8살이 되었다. 이젠 공감과 소통이 되기 시작하는 나이다. 온 가족이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데 토르의 전 여자친구가 암에 걸려 꽤 아파보이는 장면이 나왔다. 전 장면을 따라잡으려고 나는 남편에게 줄거리를 물었다. 신도 사랑하는 여자가 아픈 데 본질적으로 낫게 해줄 수 없는 것이냐고 나는 물었다. 전설의 토르도, 여자친구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저 주인공이 실제 몇살 정도 되었을까 아이에게 물어보니, "40대는 된거 같은데!" 한다. 어린 아이들도 얼굴을 보고 액면가를 분석하는 게 신기하다. 어린이집 다니던 때에도 누나, 이모, 아줌마, 할머니로 얼굴에 따라 나이를 구분하고 호칭을 달리했다. 저 여주인공이 40대면, 너는 몇대야? 하고 물어보니 자기는 아직 10살도 안되었으니까 1대라고 한다. 우리는 무릎을 탁 쳤다.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은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나와 접점을 찾기 힘들었다. 연애 시절 때는 모두 멜로만 봐주더니, 이제는 자기주장이 점점 심해지고 액션영화를 보자고 한다. 다행히도 두 아들이 소원 성취를 해주었다. 남자 세명이서 입을 쩍 벌리고 토르를 보는 광경이 참 가관이다.
남편은 그 흔한 육아서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매일 아이를 재우고 1일 1육아서 하는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현실적이고 하드한 정보 위주의 책을 주로 보는 남편은 육아서가 결론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드라마 같다고 했다. 현실은 책과 다르다. 엄마가 숙제하자고 하면 도망가는 아들이, 아빠가 설득하면 척척 모범생으로 변신한다. 아들이 육아 방법이 몇살까지 통할지는 몰라도 현재까지는 남편은 자신만만하다. 남자의 성향은 남자가 잘 알기 때문에 여자로 살아본 엄마는 절대 아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아들이 둘이나 생겼으니 이제 나도 아들을 분석하고 체득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