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바웃타임을 좋아한다. 태엽이 있는 비디오를 감듯 원하는 시간으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영화의 한 장면은 시한부아버지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때를 떠올려 아들과 시간 여행을 떠나는 부분이다. 벽장에서 고령의 아버지는 아들과 손을 잡고 눈을 감는다.
그러자 시간은 과거로 이동해 대여섯살 된 아들과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함께 웃고 뛰어가는 장면으로 점프한다. 다정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따스한 바다, 한가로운 시간 이만큼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언제금 다시 눈을 감고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또 있을까.
평생을 행복에 대해 연구한 하버드 교수,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면 되니까 행복 연구를 시작했단다. 그가 도출한 연구 결과는 주변 사람들과 맺는 인간관계의 질이 높은 사람이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것이었다.
행복은 멀리에 있지 않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인생의 찰나에 있다. 요즘은 사진이 기록이 되는 순간이니 사진으로 찍어두면 나중에 언제든 꺼내어볼 수 있다. 동영상은 사진이 담을 수 없는 순간을 360도 각도로 소리와 함께 더 생생히 담아낸다. 하지만 사진에도 영상에도 저장할 수 있는건 우리의 감정이다. 나는 셀카보다는 상대편을 사진으로 찍기 때문에 내 표정과 내 감정은 사진에 들어있지 않다. 휘발되기 쉬운 오늘의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하는 이유이다.
너무 복잡하면 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 공유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글쓰기가 숙제가 된다. 길게 써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짧막하게도 쓰지 않게 된다.
아무도 평가하지도 않는 나만 아는 공간에, 아니면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만 보는 공간에 오늘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한 문장, 한 단어라도 괜찮다. 오늘 피로를 헤치고 써내려간 한 글자는 미래에 돌아오고픈 오늘을 찾아올 끄나풀이,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육아는 글로 담기에 아주 좋은 소재이다. 아이의 어제와 오늘은 분명히 다르다.
오늘 첫째는 큰 발전을 했다. 마트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팝콘 한봉지를 아주 맛있게 먹는 아주머니를 보더니 팝콘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신용카드를 건넸다. 둘째에게 밥을 먹이고 있던 내 자리에서 마트 계산대와 과자코너가 한눈에 보였기에 첫 시도는 안전하다 싶어 과제를 준 것이었다. 첫째는 고민하더니 신용카드를 손에 꼭 쥐고 광활한 마트에서 아주머니의 팝콘과 같은 팝콘을 정확히 찾았고 혼자 계산까지 마쳤다. 팝콘과 영수증을 들고 돌아오는 첫째의 표정은 아주 의기양양했다. "엄마, 내가 드디어 해냈어" 하는 표정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만큼 벅찬 기분이었으리라.
아이가 인생 첫 계산을 하는 순간 내가 먹고있었던 매뉴
오늘 둘째도 큰 발전을 했다. 짚고 일어서더니 오늘은 문 옆에 손을 짚고는 허공에 3초 정도 그대로 제자리에서 일어서있는 상태를 유지했다. 말을 못하는 둘째도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보였다. "엄마, 내가 해냈어! 내가 스스로 일어서있었다고! 봤지?"
내일은 당연한 것이 될 아이의 오늘, 아무 댓가없이 끼적이는 오늘의 일기는 내일의 큰 선물이 되어줄 것임에 틀림없다.
Seize the day! Seize the moment!
내가 기록하자 시간은 의미을 부여받고 북마크를 찍어주었다. 적기 전엔 몰랐던 하루의 행복은 글자로 샤워를 하듯 그렇게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