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곳, 여행
여행은 즐겁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때나, 혹은 마음이 풍요로울 때는 사실 여행이 아니라 어느 곳에 누군가와 있어라도 즐겁다. 그럴 때는 발 닫는대로 가더라도 여행이고, 기쁨이 된다.
하지만 전혀 반대의 상황은 어떨까. 주머니가 가벼워서 한끼 편하게 사먹을 수 없을 때는 여행은 스트레스가 된다. 그보다 더 힘든 상황은 마음이 빈곤할 때이다. 이리저리 갈귀 찢긴 마음으로는 지상낙원에선들 소용이 있으랴. 허물 다 내려놓을 수 있는 부모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문제가 이따금 생기곤 한다. 그런가하면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에게도 말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니까. 모든 것은 변한다.
사막에 있어도 오아시스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사람과 걷는다면 두렵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가도 사람에 베이고 상황에 치이면 마음이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채로 빙하 끝에 홀로 서있는, 그런 때도 있다.
사계절이 오듯이 마음도 계절을 여행한다.
여행, 돈과 시간이 있으면 누구나 다 하는거 아니냐고, 여행이야말로 육체와 영혼이 한가로운 자들의 몫이라고, 그래서 한없이 가벼워지기도 하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은 절반이다. 가벼운 자들의 몫, 무거운 자들의 몫, 이렇게 반반의 색채가 어우러져 쓰고 단 맛을 낸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있는가 하면, 슬픔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있다. 행복의 편에서 바라보면 여행은 지상낙원이지만, 불행의 편에서 바라보면 지옥이다.
지구에 왔다면 마음의 사계절에서 지상낙원과 지옥 사이를 여행하며 우리는 일생을 보낸다.
당신은 지금 사계절, 어떤 기분으로 어느 세계를 여행하며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