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by 누군가의 첫사랑

9.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여름방학 동안 미국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홈스테이를 하며 방학을 보내고 돌아온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주.


남자친구에게 내가 없는 동안 매일 편지를 써놓으라며 으름장을 두고 미국으로 갔다.


포틀랜드는 너무 좋았다. 날씨도 완벽했다.

이곳에서는 머리 아픈 취업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함께 간 친구들은 현실도피가 이곳이라며 깔깔거렸다.


중간중간 동생과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시절에는 로밍이 어려웠거나 매우 비쌌기 때문에 시내에서 전화카드를 구매해서 한국에 전화를 했다.


진우에게는 차마 연락을 하지 못했다.


홈스테이 가족들은 너무 따뜻한 부부였다.

제이슨과 캔디스. 미국인과 캐나다인이었고 제이슨은 근처 유업 관련 일을 했다.

아침엔 캔디스가 도시락을 싸주고 난 학교에 다녔다.


내 기억으로는 아보카도라는 것을 그때 처음 먹었다.

지금은 매우 좋아하지만 그때는 충격으로 구역질이 나서 눈물이 날 뻔했다.

크래커에 치즈를 올려먹고, 캔디스의 친구를 불러 함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내가 갔을 때 미국의 독립기념일(4th of July)로 크고 작은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호스트 부부는 날 위해 주변의 유명한 관광지에 데려다주었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만나 아울렛에 들려, 한국에 가지고 갈 기념품을 사거나 쇼핑을 했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시간이 벌써 한국에 갈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에는, 오늘 출발했는데 미국에 도착하니 또 오늘이어서 기분이 이상했는데(시차로 인해 같은 날짜 도착) 돌아갈 땐 그 시간을 다 토해냈다.


그리운 가족과 남자친구를 차례로 만났다.


"내가 미션 준 편지는 어딨어?"


"우리 연락 자주 했잖아~ 너무 바빴어 미안해"


빈 말로 매일 편지를 써달라고 하긴 했지만 편지 한 통조차 없었다.

서운하지는 않았다. 기대도 크지 않았다.


그다음 날짜를 잡아 진우를 만났다.

진우에게도 작은 기념품들을 꺼내 놓았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 얘기하다 진우가 슬며시 노트를 꺼내 건넸다.


내가 없는 매일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일기장이었다.


진우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또 그 아이는 나에게 귀한 마음 하나를 더 얹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