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by 누군가의 첫사랑

5.


남자친구의 연락은 받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초조해진 남자친구는 내가 일하고 있는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하필 그 전화를 내가 받았다.


"피자헛 오류점입니다"


"여보세요? 소희야? 나야.. "


"..... 아니, 웬일이야? 그리고 여기로 전화하면 어떡해."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 없는 한가한 시간이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있어?"


"...."


"왜 그러는 건데 무슨 일이야. 말해봐."


자존심에 아무 말도 하기 싫었지만 힘들게 입을 떼었다.


"그날.. 벚꽃 보러 간 날.. 내가 오빠 핸드폰을 보게 됐어.

.. 문자 수신함이 0 이더라.

0인 게 말이 돼? 매일 그렇게 연락을 많이 받으면서."


"아.. 그거~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문자 수신함이 꽉 찼다고 계속 알람 뜨는 게 귀찮아서 다 지운 거야."


태연하게 그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근데 문자 발신함은 안 지웠더라?

이불 잘 덮고 자라고,, 잘 자라고.. "


"아.. 그거.. 그것 때문이구나? 그거 별거 아니야~! 그냥 거래처 은행직원인데 내가 영업해야 하니까 잘 대해준 것뿐이야. "


모르겠다. 나도 내 마음을..

이 말을 믿고 싶은 건지.

헤어지고 싶은 건지.

아직 아무런 정리가 되지 않았다.


혼란스럽다.



6.


매장 마감이 끝나고 진우와 나보다 어린 여동생인 J와 밤거리를 헤매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우린 헤어지기 싫었다.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진우가 자기 집이 근처이니 집으로 가자고 했다.


나와 J 모두 당황했다.

"이.. 이 시간에?? "


"아~ 괜찮아요. 엄마한테 물어볼게요. "


통화를 마친 진우가 가자고 사인을 보낸다.


매장 바로 뒤에 위치한 진우네 아파트는 줄기가 엄청 두꺼운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봄에 특히나 아름다웠던 곳이다.


이제 벚꽃은 다 졌다.


제법 늦은 시간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인자하시면서도 수줍은 미소로 어머니가 반겨주셨다.

진우는 어머니를 닮았다.

우린 너무 부끄럽기도 죄송하기도 한 복잡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어서 와 괜찮아~ 진우 방에 들어가서 놀아~"


늦은 시간에도 간식을 챙겨주셨다.


작은 진우의 방에는 영화를 꿈꾸는 그 답게 영화포스터가 벽에 가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의 책상엔 아직도 책이 많이 있었다.


' 이 방에서 공부하며, 영화를 꿈꾸었구나.'


진우와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우리 셋은 진우의 방에서 소곤소곤(이었는지 모르겠다) 떠들며 놀았다.

놀았다고 하지만... 수다 낙서 보드게임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벌써 새벽이 되자, 어머니는 자고 가라며 진우의 방에 이부자리를 펴주셨다.

진짜... 헉이다.


진우는 뭐가 좋은지 생글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가 진우의 등짝을 때린다.

누나들 자게 어서 나오라며.



헐 이다... 헐 인데 싫지 않았다.


진우의 방에서 진우를 생각했다.

잠이 들었는지, 밤을 새웠는지 모르겠다.



새벽 해가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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