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여신

by 누군가의 첫사랑

10.


어느덧 무더운 더위가 갔다.

진우는 학기 과제로 바빠서 근무시간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가끔씩 연락하고 영화를 보는 사이는 변하지 않았다.

공중에 매달린 줄 양 끝에서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느낌이다.


다가가지도 더 이상 다가오지도 않는.


하지만 줄 끝에선 진우는 여전히 다정했다.


내 여동생이 CGV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진우와 얼굴을 텄다.

이제는 셋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도 잦았고, 진우도 내 여동생을 잘 따랐다.


내 여동생의 눈에도 진우의 마음이 보였을 터였다.

말하지도 않아도 느껴지는 나를 향한 그의 마음과 행동이.



어느 날 남자친구를 내 여동생과 함께 만났다.

뒤에 앉은 동생은 재잘재잘 푼수스럽게 이야기한다.


"근데 오빠, 언니한테 좀 잘해줘~. 피자헛에 어느 동생있는데 걔는 언니한테 엄청 잘해줘"


장난스러운 동생의 말에 남자친구도 자기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으스댄다.


글쎄..


미래에 대한 불안감. 꿈을 이루고 싶은 간절했던 그 당시의 나에게

남자친구는 아무런 의지가 되지 못했다.



진우는 왜 인지 본인의 학교에 놀러 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날도 진우에게 문자가 왔다.

"시간 되면 우리 학교에 놀러 올래요?"


공교롭게도 일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진우네 학교로 향했다.

진우에게 걸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고 설레었다.


저 위에서 진우가 나를 마중 나왔다.


저 건물은 어떤 건축가가 디자인을 했고, 무슨 상을 받았고...

빈말들을 하더니, 자기가 편집 중인데 한번 와서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너무 궁금했다. 진우가 찍은 영화라니!




방으로 들어가니 어둑한 편집실이었다.

진우는 내가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영상 플레이를 눌러주고 잠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5분 정도 되는 짧은 단편 영화였다.

배우섭외하고 촬영팀 꾸린다고 한창 얘기를 하더니, 바로 그 영화이다.


짧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연출 : 김진우

촬영, 음향, 배우들 이름이 차례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엔딩크레딧 마지막은


'이 영화에 영감을 준 소희님께 바칩니다.'


하.. 넌 정말 끝까지 감동스러운 아이다.



올해는 유독 빠르게 시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