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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첫사랑

진우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생각나던 일기장.

그 일기장을 찾으러 친정에 갔다.


엄마는 자꾸 무엇을 찾냐며 나에게 묻는다.

"뭘 자꾸 찾는 건데~ 이제 내 집이니까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아니,, 있어 그런 게. 그냥 보는 거야 예전 물건들."

차마 진우에게 받았던 일기장을 찾는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어물쩍 둘러댔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하이틴 소설들, 동생의 여름방학 숙제장. 내가 쓰던 다이어리들..

와.. 진짜 여기 보물창고네.


빼곡한 책장에서 스프링노트를 하나씩 뺐다 꼈다 하다가,

'아!.. 아 찾았다. 찾았어.. 아직 있었어.'


아직 그대로 구나.


바닥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한 장 한 장 넘기자니 엄마가 다시 불쑥 들어온다.

"뭐 봐?"


"아니, 옛날 일기장."


민망해서 얼른 노트를 닫았다.


서울로 가져올 수도 없었고, 맘 놓고 한 번을 읽어보지를 못하고 노트를 다시 덮었다.

진우가 다 쓴 일기장 뒤에

나의 일기가 조금 적혀 있었다.

이 부분은 진짜 너무 오글거려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때에 진우에게 나도 내 마음을 돌려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앞에 채워진 진우의 유려한 글 솜씨에 주눅이 들어서 마저 다 쓰지도 못했던 것도 같다.


이것저것 뒤지다 보니 낯선 CD가 하나 나왔다.

진우가 준건 확실한데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용히 CD를 챙겨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 있는 노트북으로는 CD를 확인할 수가 없어 결국 회사까지 들고 나왔다.


회사에서도 노트북을 쓰는지라, CD reader를 찾아 연결하고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도대체 이 물건이 뭐였더라..'


헉....


진우와 처음 전주 영화제에 갔었을 때 찍었던 사진들과 장면장면을 포스터로 편집까지 한

심지어 영상도, 편지도 들어있었다.


진우가 주었구나.

그 소년이 또 예쁜 마음을 주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고 있었네.


예뻤네 우리.


갑자기 선선해진 가을 날씨 때문인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가 진우의 번호가 아직 있던가?

급하게 핸드폰을 뒤져본다.

없다..

인스타는 친구였던가?

없다. 검색을 해도 안 나온다.


카카오톡 친구는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니, 그가 저장한 닉네임 JY로 목록에 존재했다.



연락을 해볼까.

아니.. 안 본 지 10년도 넘었는데. 너무 오버스럽다.


해볼까. 해볼까.

손가락을 까닥거리다, 다시 화면을 켰다 꺼버리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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