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지내?
고민 끝에 그 흔한 말로 메시지를 보냈다.
왜 헤어진 연인들이 이런 흔한 말로 서두를 쓰는지 알 것 같다.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수십 번을 메시지창만 켰다 껐다를 반복하다 결국 눈을 딱 감고 보냈다.
'답장이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계속 고민하느니 보내는 게 낫겠어..'
잠시 후, 답장이 왔다.
- 어 누나 오랜만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
진우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내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중이었다.
- 아니, 아무 일 없어. 요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니?
- 저 계속 서울에 있어요.
- 그렇구나. 언제 한번 보자.
- 그래요. 언제 한번 얼굴 봐요.
그 언제가 언제일까?
이런 인사는 어른들은 안다. 인사치레라는 것을.
난 당장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 언제가 오늘이면 미친 걸까?
- 아, 미친 건 아닌데 제가 선약이 있어서 마치면 10시는 될 것 같아요.
- 괜찮아! 10시에 보자.
그렇다.. 안 미쳤다 했지만 미친 채로 밤 10시에 약속을 잡았다.
만나기로 한 역 앞에서 서성이며.. 진우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처음 봤던 그날처럼, 진우가 어두운 그림자를 뒤에 업고 어그적 어그적 역에서 올라왔다.
그렇게 우린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런저런 안부인사와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금방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최근에 지하철역에서 영화촬영 하는 걸 보고, 네 생각이 많이 났어."
"진짜 신기해요. 저 지난주에 누나 생각을 했었거든요. 우리 예전에 스티커 사진 찍었던 거 기억해요?"
"응 ㅎㅎ. 나 아직도 가지고 있어."
"이런저런 거 담아둔 상자가 있었는데, 그 상자를 정리하다가 그 사진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누나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어요."
우리는 우리의 첫 만남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의 서사와 군대에 있을 때 내가 면회를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갔었음을...(그것도 엄마와...?!)
서로가 일깨웠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던 부분을 진우는 기억해 주었고,
흐려진 진우의 기억은 내가 기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