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묵을 호텔을 찾습니다! (1)

깜뽀스 두 조르덩에서 생긴 일

by 초록풀잎


시계는 9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칠흑 같은 밤, 지대가 높은 산 속인 데다 가로등이 변변찮아 참 어두웠다.

그 어두운 와중에 그나마 빛을 내고 있는 한 호텔의 옆 작은 주차장에 가까스로 차를 댔다.

나는 남편보다 앞서, 아이의 손을 잡고 호텔 리셉션 문 앞에 섰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었다. 절망적이었다.

벨을 누르니 인터폰으로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했다.

벨은 내가 눌렀지만 말은 브라질어가 능숙한 남편이 했다.


"오늘 밤 묵을 수 있는 방이 있나요?"


인터폰에서 말이 쏟아져 나왔다. 남편의 표정이 어둡다.


"없대? 방 없대?"


남편이 고개를 흔든다.

그 순간, 딸아이가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이 호텔을 찾아오는 길에, 호텔에 방이 없으면 이 밤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 아빠의 말을 떠올린 것이 분명했다.

여행 와서 놀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집에 가고 싶지 않다며 우는 아이를 달래며 "엄마 못 믿어? 엄마가 방 찾을 거야. 걱정 마."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나도 속으로는 집으로 돌아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시작은 이랬다.

10월 12일은 브라질의 어린이날이어서 쉬는 날이라 2박 3일간의 여행을 계획했다.


상파울루 근교 가볼만한 여행지로 손꼽히는 ‘깜뽀스 두 조르덩(campos do jordao)’에 가기로 했는데, 이곳은 2013년에 처음 브라질에 왔을 때 8개월 아기를 데리고 갔던 첫 여행지였다.


상파울루에서는 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고, 산속 마을이라 상파울루보다 춥고, 그래서 겨울에 가기 좋은 여행지다. 스위스 풍의 집들이 많이 지어져 있고 스위스에서 유명한 초콜릿과 퐁듀 등을 팔아서 스위스 마을이라고도 알려진 곳. 예전에 아기와 함께 갔을 때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을 예약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옷 한 벌을 사러 백화점에 가면 백화점의 전 매장을 다 돌고 나서야 한 벌을 사는 사람이다.

호텔을 예약할 때 역시 그렇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일대의 호텔을 예약 사이트에서 다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참으로 피곤한 성격이 아닐 수 없는데, 나름 나만의 호텔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일단 주요 관광지와의 거리를 체크하고,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체크하고, 침실과 화장실의 사진을 주의 깊게 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성비를 따진다. 비싼 만큼 더 좋다는 명백한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 대비 더 나은 호텔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것이 바로 나란 사람이다.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호텔을 예약했다.


이번 여행의 호텔 선정 기준 1위는 '경치'였다.

이 스위스 마을이 산속에 있는데 이 중심 마을 주변으로 호텔들이 대량 포진해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호텔이 산 경치를 갖고 있는데 호텔마다 그 경치의 차이가 좀 있어서, 마을 중심에서 가까우면서도 지대가 좀 더 높아 경치가 좋은 곳으로 찾았다. 거기에 남편이 수영장 있는 곳으로 선택해 하루는 호텔 수영장에서 놀면서 쉬자고 제안해서 수영장 있는 곳을 찾아봤는데 수영장이 있는 호텔은 다른 시설이 좀 별로라도 가격은 좀 더 비쌌다. 그래도 호텔에서 여유 있게 쉬면서 놀려면 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장이 있어야겠기에 가격 대비 시설이 좀 덜 좋아 보였지만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선택했다.

가는 길에 들른 뷰+음식 맛집

지난 토요일, 기분 좋게 출발해 가는 길에 유명 맛집에 들렀다. 그런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코로나 시대에!!) 1시간 대기하고 겨우 밥 먹고 나오니 ‘깜뽀스 두 조르덩’에 5시 넘어 도착했다.

깜뽀스 두 조르덩의 메인 거리



원래 점심 먹고 바로 와서 반나절 재밌게 놀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마땅히 할 것도 없었다. 일단 이 곳에 왔으니 초콜릿 퐁듀를 먹고, (따뜻한 초콜릿에 과일을 찍어 먹는 것) 간단히 시내를 둘러보았다. 이전에 왔을 때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코로나로 격리되어있던 게 풀린 지 얼마 안 되어서일까. 아님 연휴여서 일까.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코로나 시대에 여행 온 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결국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호텔에 가서 쉬자고 저녁 7시에 호텔로 향했다. 멀리서 호텔을 보면서 오늘은 체크인을 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한 잔 하자며 나름 기대를 하고 들어섰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안내를 해 주려나 했는데, 호텔 리셉션 직원이 호텔 소개를 해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수영장과 짐, 당구대 등 놀이시설, 조식 식당 등을 굳이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나야 뭐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 그냥 둘러보기만 했는데 남편은 그때부터 좀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운전을 오래 하고 온 대다, 피곤한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브라질어를 계속 듣고 있자니 너무 힘들다고 했다.

한편 나는 호텔을 둘러보며 좀 실망했다. 그렇게 애써 고른 호텔이었는데 시설이 사진보다 별로였다. 호텔 예약사이트의 사진을 100%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사진과 실제의 차이를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데 이 곳은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수영장이 생각보다 훨씬 작고 초라했다.

드디어 방을 안내받을 시간. 보통은 키를 주고 방을 찾아가라고 안내하는데 이 호텔은 아까부터 좀 친절이 과하다 싶었다. 전자키를 본인이 들고 방을 안내한 후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안 열렸다.


몇 번을 문에 전자키를 가져다 대도 안 열리자, 직원은 마스터키로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제는 문을 닫아도 문이 잠기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우리 보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며 기술자를 불러 문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뭔가 좀 찜찜했다. 리셉션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호텔 안내를 받고, 방까지 안내를 받는데 어느새 30분이 넘게 흘러 있었고, 그 와중에 키 때문에 방에는 들어갔으나 그곳에서 묵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곧 고쳐지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혹시나 싶어, 방 안에서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8시가 넘도록 문은 고쳐지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서 방을 바꿔주면 안 되겠냐 물었는데 방이 없다고 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시간은 계속 흘렀으나 그들은 문을 고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호텔 예약 사이트를 뒤졌다. 당장 오늘 밤 묵을 수 있는 호텔이 쭉 대기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남편에게 환불해달라고 하자고 말했다. 남편이 놀라며 물었다.


"이 밤에 방을 어떻게 구해?"


나는 호기롭게 대답했다.


"내가 지금 사이트 확인했어. 방 널렸어. 골라 갈 수도 있어."


남편은 곧 호텔 측에 환불을 요청했고, 그들은 아까는 바꿔줄 방이 없다더니 그제야 다른 방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우리를 잡았다. 그 말에 남편은 더욱 화가 났고, 적극적으로 환불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는 바꿔 줄 방이 없다고 했고, 우리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고쳐주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짐을 다시 들고 그 호텔을 나왔다.

호텔 리셉션에 도착한 지 거의 2시간이 지나있었다.

아... 애써 고른 호텔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러나 자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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