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Le Pain Quotidien> 이야기 com 그림일기
브라질은 커피로 유명한 나라다. 그만큼 커피가 저렴하고 맛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혹은 아이스커피를 먹기는 쉽지 않다.
이 나라의 커피는 드립커피 이거나, 아니면 에스프레소와 cafe com leite(coffee with milk) 라고 하는 카페라떼가 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는 그렇다 치고 cafe com leite도 양이 결코 많지 않아서 평소 스타벅스에서 tall 혹은 grande를 마시는 나에게는 감질 맛 난다.
브라질은 대체로 날씨가 덥거나 따뜻한데 이 나라 사람들은 차가운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서 얼음과 별도의 컵을 함께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꽤 그럴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지만 그마저도 얼음이 충분치 않아 감질 맛 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을 때는 별도의 컵과 뜨거운 물을 부탁하곤 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카페라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있다. 브라질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전통적인 브라질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아이스커피와 양 많은 물 탄 커피에 반한 건지, 스타벅스에는 사람이 항상 많다.
3월에 코로나로 인한 격리가 시작된 후로, 스타벅스 커피는 배달 앱을 통해서만 마실 수 있었는데 지난 7월 격리가 해제되면서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랜 격리에서 벗어나 스타벅스를 찾아 갔었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브라질에서의 스타벅스 인기를 체감 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 외에 브라질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라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2013년 가을, 아이가 16개월 쯤 되었을 때였다.
이웃 언니들과 함께 나들이를 한 날이었다. 상파울루는 치안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걷기 좋은 거리들이 꽤 있다. 그 중 벽화그림으로 장식된 거리가 있는 ‘villa madalena’라는 동네에 놀러 갔다. 도착해서 처음 찾아 간 곳은 우드 톤 인테리어의 아늑한 느낌의 베이커리 & 카페였다.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아이 얼굴만 한 사이즈가 인상적인 초콜릿 쿠키를 주문했다. 커피는 특이하게도 커다란 사발같이 생긴 그릇에 담겨 나왔다. 손잡이가 없는 잔이라 양 손으로 잡고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오롯이 커피에 집중하고 싶은 그 시간에 아이는 의자를 기어 다녔다. 옆 테이블 쪽으로 기어가려는 아이를 붙잡아 앉히는데 한 언니가 쿠키를 쪼개어 아이에게 권했다. 그 때까지 단 거라고는 한 번도 입에 넣어 본 적 없는 아기. '먹여도 될까?' 고민하고 있는데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이런 건 엄마 아닌 다른 사람이 먹게 하는 거지."
'그래 한 번 먹여볼까?' 아기에게 조그만 쿠키 한 조각을 건넸다. 아기는 맛있는지 얌전히 앉아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그렇게 우리 아기가 처음 초콜릿을 맛 본 곳.
큰 사발 커피가 맛있고, 디저트도, 브런치 메뉴도 다 맛있는 이 카페의 이름은 <Le Pain Quotidien> 이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인데 프랑스어로 'the daily bread', '일상의 빵'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커피 맛으로 보자면 브라질의 스타벅스 보다 내 입맛엔 오히려 이곳이 더 좋다.
그 날 이후 브라질에서 카페라떼 마시고 싶을 때,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 예쁘고 건강한 브런치를 먹고 싶을 때 나는 자주 이 카페를 찾았다.
5년 만에 남편의 재 발령으로 다시 브라질에 온 후, 우리의 첫 나들이 목적지를 이 곳으로 정했다. 벽화거리도 다시 가보고 싶었고, <Le Pain Quotidien>의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과 사발 카페라떼가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카페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말이 많아졌다.
“기억 나? 여기서 너 처음 쿠키 먹었었어. 바로 저거, 엄청 크지. 지금 네 얼굴보다도 큰 저 쿠키를 네가 애기 때 얼마나 잘 먹었었는지 알아?”
브라질에 살던 기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아이는 웃으면서 묻는다.
“내가 그 때 몇 살이었는데?”
“한 16개월 쯤?”
그러자 옆에서 남편이 거든다.
“아, 그럼 그 때 ‘엄마’, ‘아빠’ 밖에 못하던 시절이네? 18개월에 처음으로 ‘엄마, 아빠’외에 ‘딸기’랑 ‘까까 또 줘’를 했었으니까.”
‘엄마’, ‘아빠’ 밖에 말하지 못하던 꼬꼬마 아기가 어느새 만 8살이 넘어 자신이 먹고 싶은 디저트를 고른다. 그리고 나는 그 디저트에 어울릴만한 커피를 고른다.
이 먼 곳에 다시 와서 만난 <Le Pain Quotidien>.
예전 모습 그대로 있어 주어 고마워.
나에게 맛있는 카페라떼를 마시게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