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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Oct 30. 2020

심플함에서 나오는 최고의 맛

브라질 치즈 농장에서 최고의 맛을 떠올리다 com 그림일기

9월 중순, 길고 긴 집콕을 끝내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상파울루 근교의 치즈 농장.


초록 초록한 들판을 보며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치즈 농장은 아담했지만 짧은 산책코스도 있고, 아기자기한 식당도 겸비하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그곳에서 생산된 치즈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메뉴 중 가장 관심 가는 것은 여러 가지 치즈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치즈 플레이트였다.


우리는 12가지 치즈를 맛볼 수 있는 치즈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네모난 나무 판을 12개로 나누고 그 위에 각 치즈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가지런히 놓인 치즈 12종.


우리 셋은 하나하나 조금씩, 신중하게 맛을 보았다.

어떤 것은 너무 짰고, 어떤 것은 맛있었고, 어떤 것은 뱉을 뻔했다.


그중 우리 셋 모두의 마음에 든 치즈를 두 종류 골라서 별도로 구입을 했다.

 특히 그중 하나는 무려 1 킬로그램을 사 왔는데, 정육점에서 고기 1킬로 사는 것과는 다른 무게감이었다.

사이즈도 크고, 묵직했다.


처음으로 사 본 동그란 치즈 한 덩이.

케이크를 자르듯 세모난 모양으로 잘라 굵직하게 썰어보았다.

그리고 그냥 아무 빵에나 넣어서 먹었는데, 빵의 퀄리티에 상관없이 정말 최고의 샌드위치가 탄생했다.






문득, 2006년 유럽여행 때 네덜란드에서 먹은 치즈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 고유의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어보았지만 기억에 남는 음식이 거의 없었는데, 의외로 단순한 네덜란드의 치즈 샌드위치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 날은 암스테르담에서 반 고흐 미술관을 관람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내내 줄을 섰고, 마침내 입장하여 반 고흐의 엄청난 작품들을 처음으로 직접 보고 감동을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국립미술관에 가기 위해 이동을 했고, 국립미술관 앞 잔디밭에 앉아 쉬다가 그 앞에 보이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고른 샌드위치였다.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 왼쪽 샌드위치가 진짜 최고의 맛이었다.


 약간의 상추와 두툼하게 썬 치즈가 전부였던 그 샌드위치.

그 단순한 샌드위치에서 풍기는 치즈의 풍미가 정말 일품이었다.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에 들어가서 렘브란트의 압도적인 그림들을 보았던 기억.

강렬한 미술관들의 기억들과 함께 심플한 치즈 샌드위치가 맛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농장에서 구입한 치즈는 랩으로 싸서 냉장 보관하면 한 달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 1킬로그램의 치즈는 그렇게 여러 가지 빵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며, 한 달도 안 되어 사라져 버렸다.

생각하면 군침도는 맛.

그 맛과 함께 그 날의 푸르름을 떠올리며 조만간 치즈 사러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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