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무법자 오토바이

상파울루에서 운전하기 com 그림일기

by 초록풀잎


왕복 4차선 도로에 우리가 가는 방향은 뻥뻥 뚫리는데 맞은편 도로는 차로 꽉 막혀있다. 그때 저 멀리서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토바이다.


오토바이가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 대도 아니고 줄줄이 오토바이들이 달려온다. 다행히 우리는 1차선이 아닌 2차선에 있다. 아무리 우리 쪽에 차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버젓이 역주행하는 것인지. '도로 위의 무법자', 바로 상파울루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다.


지난주부터, 아이는 주 1~2회 전일 등교를 하게 되었다. 작년 3월 코로나로 격리가 시작된 후 전일 등교는 약 10개월 만이다. 지난 화요일, 첫 등교 날 7시 5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 해서 온 가족이 아침부터 분주했다.


원래 학교 다닐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는데 근 1년 동안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았고, 주 1~2회 등교이므로 내가 등하교를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브라질에 와서 운전 연습으로 몇 번 시내에 나가봤을 뿐, 운전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그런 내가 불안했는지 남편은 아이 등교 후 출근해도 늦지 않는다며 등교는 본인이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는 길만 다니는 그런 사람,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는 잘 다니지만, 고속도로는 못 가는 사람, 톨게이트를 무서워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다고 운전하는 게 너무 무섭거나 싫은 것은 아닌데, 차 막히는 길에서 차선을 옮겨야 할 때 스트레스가 있고 차가 없는 길에선 다른 차들이 속도를 많이 내는 것이 무서운, 초보 같지만 경력은 초보가 아닌 사람이다.


브라질에서의 운전의 문제는 일단, 도로 폭이 너무 좁다는 것에 있다. 옆에 버스나 트럭이라도 오면 닿을까 두려워지는 도로의 폭.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서 중간중간 움푹 팬 곳이 많다.

그리고 가장 문제는 바로 어쩌면 차보다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오토바이들이다.


상파울루 시내 도로의 벽화 (글 내용과 무관)

아침 출근길의 꽉 막힌 4차선 도로의 세 번째 차선과 네 번째 차선 그사이는 오토바이를 위한 곳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오토바이용 차선이 하나 있는 것처럼 오토바이들이 빈틈없이 한 줄로 간다. 문제는 우회전하기 위해 세 번째 차선에서 네 번째 차선으로 옮겨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방향지시등을 아무리 깜빡여도 오토바이는 쉽사리 멈춰주지 않는다. 또한 오토바이와 내 차 사이의 간격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줄줄이 꼬리잡기 하듯 서서 가는 오토바이의 틈을 어떻게 끼어들어야 할까. 바로 그 이유로 아침 등교를 남편이 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하교는 온전히 나의 몫.

아이의 하교시간인 오후 2시 40분에는 다행히 차도 많지 않고, 오토바이도 별로 없어서 쉽게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이를 태우고 집에 오는데, 왕복 4차선 도로가 꽉 막혔다. 편도 2차선이었던 도로는 다음 블록에 가니 3차선으로 늘어났는데 그 세 개의 차선이 차들로 가득 찼다. 신호가 세 번바뀔 동안 차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1차선과 2차선 사이로 오토바이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차보다 신호에 좀 더 자유롭게 다니는 오토바이들이라 그런가, 줄줄이 뚫려갔다. 그런데 문제는 2차선에 서 있는 내 차와 1차선의 차와의 간격이었다. 줄줄이 오던 오토바이가 내 차 옆에서만 통과를 못 하고 빵빵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최대한 핸들을 옆으로 돌려 3차선 쪽으로 몸을 비켰다. 그러자 오토바이들이 쑥쑥 통과했다. 문제는 2차선과 3차선 사이로도 오토바이가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갈지 몰라, 차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진땀을 뺐다. 남편은 이런 상황에선 무조건 오토바이가 지나갈 수 있게 비켜줘야 한다고 했다. 오토바이가 사이드미러를 치고 갈지도 모른다면서. 나는 그 꽉 막힌 도로를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 그렇게 오토바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오토바이가 없다면 운전하기 훨씬 수월할 텐데, 모르긴 해도 오토바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5년 만에 다시 온 브라질은 한국 못지않게 배달이 활성화되어있었다. 특히 배달 앱은 코로나 시대에 빛을 발했는데 집에만 있으면서 스타벅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을 때 배달 앱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앱에 지불하는 비용이 있을 테니 아마도 직접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얼마 전엔 황당한 이야기도 들었다.


이웃 언니가 친구들과 함께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치킨을 네 마리 주문했다고 한다. 치킨집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한꺼번에 많이 주문해야 배달이 된다고 해서 여럿이서 함께 주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만 배달 오토바이가 오는 길에 방향을 틀어버렸다. 치킨 네 마리를 가지고 사라진 것이다. 치킨을 주문한 언니는 급히 아이들 먹일 저녁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오토바이 배달원에게 치킨 냄새가 얼마나 맛있게 느껴졌을까, 어쩌면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손해를 본 치킨집 사장님은 앞으로 배달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자전거로 배달하는 사람들도 많다 (좌) 사진전에서 본_배달원의 휴식(우)




문득 작년 이맘때쯤 봤던 사진전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사진에는 거리의 동상 아래 그늘도 없는 곳에 누워 잠을 청하는 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남자는 햇볕을 피하고자 얼굴을 배달 상자에 넣고 있었다. 주문을 기다리며 피곤을 달래는 배달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에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핸드폰과 앱에 등록해 둔 카드만 있으면, 가만히 집에 앉아서 삼시 세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 누워서 핸드폰으로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점심으로 먹을 요리를 주문하고, 그사이에 마실 스타벅스 커피도 주문하고, 그리고 저녁식사를 위한 채소와 고기와 과일도 주문할 수 있는 시대. 혹시나 머리가 아플 땐 앱을 통해 약도 주문할 수 있는 시대.


이렇게도 편리한 우리의 삶을 위해 도로를 역주행하는 그들이 있다.

신호도 무시할 만큼 바쁜 그들의 생활이 있다.


도로 위의 무법자 오토바이

부디 그들이 오늘도 안전하기를 마음 깊이 바라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