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언니들 대거 등장, 근데 왜 자꾸 망하냐고
'나는 솔로'(이하 나솔)의 애청자이자 누구보다 수요일 밤을 기대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지만 나솔은 정말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다른 이의 호감의 시작을, 썸의 징조를, 연애 감정이 싹트는 과정을 전지적 시점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그 미묘한 눈빛, 자꾸만 향하는 시선, 오묘한 공기까지! 모든 것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담아내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다니 참으로 흥분되는 일이다. 약간의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간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있음을 감안하고도 유사 연애프로그램(하트시그널, 솔로지옥 등) 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날것의 모습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평범한 주위의 사람들, 꽤나 가까운 친구들조차 그들이 이성을 대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그의 남자에게는, 그를 열렬히 사모하는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차갑고 건방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말하자면 맛있는 케이크의 다른 쪽 면이다. 내가 먹는 쪽의 케이크는 예쁘고 달콤하지만, 내가 맛볼 수 없는 쪽의 케이크는 어떤 모양이고 어떤 맛일지, 나솔은 그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내가 쓰는 리뷰는 그 출연자들을 비방하고 그들의 인성이나 인생을 논할 의도가 없다. 온전히 방송에서만 보이는 그들의 다른 쪽 면의 케이크로 전체 케이크의 품질이나 맛을 감히 나는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은 (나와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스펙과 집안, 그리고 미모까지 가진 것이 분명한 말 그대로 '골드'들이다. 내가 만약 아직까지 싱글이었다면 나는 감히 골드 특집에는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실버' 특집이나 '브론즈' 특집 정도면 만족할만한 케이크를 보유하고 있으니. 무튼 방송에 나오는 지극히 일부분, 특별히 '이성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지는 면을 보고, 배울 점 혹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이 모든 출연자들이 방송을 보고 본인의 어떤 면에서 매력적인 점 혹은 개선할 점을 찾아 더 멋진 '다이아'로 성장하여 그에 걸맞은 짝을 만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대충 나와 동년배이지만 다들 예쁘고 멋지니까 호칭은 '언니'로 하겠다.
[영숙]이 언니는 너무 교양 있는 사람이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몸에 밴 배려와 유려한 말솜씨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에게 과한 표현을 써서 깎아내리거나 높이지 않고, 자신을 애써 돋보이고자 하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누구라도' 영숙 언니와 대화를 한다면, 말이 참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대화 스킬이 유연하고, 흐름이 튀지 않게 리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너무 투명하다. 사람이 꾸밈이 없고 거짓이 없는데, 그게 너무 보인다. 조금은 털털하기까지 해서 매력적이지만, 이 매력은 분명 동성들이 환장하는 매력이다. 분명히 영숙이 언니는 아마도 "나 언니 동생할래"하고 달려드는 수많은 여동생을 보유했을 것이다.
남자는, 희한하게도, 인격적으로 완성되고 누가 봐도 훌륭한 사람보다 "어? 이 사람 특이하네?" 이런 면모에 더 끌리는 것 같다. 뭔가 비밀이 있을 것만 같고, 더 알아보면 다른 사람은 모르는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고, 그런 것에서 자기도 알 수 없는 "참 웃기는 사람이야.", "나도 잘 모르겠어."라는 말로 퉁쳐지는 매력을 느끼는 뭐 그런. 그런 면에서 이성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은 [순자] 언니다. (이건 순자언니가 인격적으로 영숙이 언니보다 뒤처진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니 쓸데없이 곡해하지 말도록.) 순자 언니는 차갑고 쎄 보이는 첫인상과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의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교양(혹은 허세)의 장벽을 허무는 '허당기'가 있다. "어? 이 사람 의왼데?"라는 부분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알고 보니"이런 사람이었다는 누군가의 감상은 그녀를 더 알고 싶게 하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그런 면에서 영숙이 언니는 다 보여주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제일 베스트는 영숙이 언니의 그 모습 그대로(훌륭한 인품, 남을 배려하는 마음, 안정적인 감정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까지!)를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가 너무 알기 쉽다는 이유로 영숙이 언니를 이성으로 느끼지 않고,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쉽다. 영숙이 언니는 교수님에 걸맞은 품위와 인격과 명성에 걸맞은 사교성을 지니고 있지만, 남자에게만은! 특별히 관심 있는 이성에게만큼은! 조금 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영숙이 언니를 못 알아보는 남자들! 이건 백 프로 그들의 아쉬움인 것으로 남겨두고 싶다. 영숙이 언니는 잘못 없어~~~~~~~~~~~~
[정숙]이 언니는 이번 기수의 빌런 후보인데, 아니 대체 커리어도 짱짱하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쾌활한 이 언니 어쩌다가 빌런 후보까지 갔는지 얘기해 보자. 여기서 '망하는 연애의 시작' 1번 사례가 나온다.
정숙이 언니의 연애는 굉장히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린다. 니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보고,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연애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이 중요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요소일 뿐, 그것이 전체가 될 수는 없다. 혹은 정숙이 언니는 이번 기수에서 제일 괜찮고 훈훈한 남자들 두 명의 첫인상 선택에 이어 첫 번째 데이트 선택까지 받은 '인기 있는 굉장한 나'에 도취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인기녀인 내가 눈앞에 있는데 나를 못 알아봐? 감히 내가 싫어져? 그럼 너도 아웃이야! 와 같은 맥락의 감정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철이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는 이유 하나로 갑자기 정뚝떨이 되는 것, 돌려 돌려 여자들 사이에서 그의 이야기를 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굉장한 나'라는 존재감은 내가 아니라 남이 만들어 준다는 것에서 위험하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1:1로 나와 상대방이 필요한데, 이런 존재감은 이미 상대방의 감정에 더 많은 공간을 내어준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 '당신의 열렬한 사랑을 이미 받고 있는' 내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내가 관계의 우위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상대의 사랑이 식어버리면 이 관계는 1도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상대에게 더욱 매달리게 되는데 하나 남은 상철과 일대일 데이트가 끝나고도 그를 잡아두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랑이나 관심, 애정보다는 집착 혹은 상대가 마음이 변해 자신이 혼자 남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더 가깝다. 잠이 와서 눈이 감기는 와중에도 상철 옆을 지키는 모습이나, 계속해서 '상철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마음이 변하지 않았고'를 강조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정숙이 언니는 먼저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신을 깊게 사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너의 마음과 관계없이 그냥 네가 좋아, 나는 비록 네가 나를 떠난다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야. 뭐 이런. 지금 연애를 시작하기에는 타인의 감정에 자신의 감정을 너무 의탁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저 모습은 내가 20대에 망한 연애를 했을 때의 내 모습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 보이는 게 있는 것 같다. 언니, 언니 충분히 멋지고 예쁘니까 조금만 더 자존감 기르고 오자! 언니가 더 좋아하는 사람 만나 보자 한번!
너무 길어져서 2탄으로 돌아오겠습.... 최종선택 전에 다 써야 의미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