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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Sep 20. 2019

사진 속 그 사람은 여전히 예쁩니까

[픽션에세이]

3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첩을 열어

한 장, 한 장.. 사진을 돌려보다가

남자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래 전 사진들 속에서 여자는

세상 누구보다 밝고 예쁜 표정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자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최근의 사진들에선 뚱하거나, 무표정이거나,

웃지 않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여자의 사진을 찍을 때

왜 이 표정들을 유심히 보지 않았을까.

그런 표정마저 예쁘다고 생각해서였겠지만 후회가 된다.

조금만 더 빨리 눈치챘더라면,

여자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미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넌 여전히 참 예쁘다고 문자를 보내려다 만다.

의미 없는 일이니까.

사진을 삭제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아직 남자의 마음이 그렇지 않으니까.

그냥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려고 한다.

잊을 수, 있을때까진 말이다.


...............


사진작가 로버트 카퍼는,

'만약 당신이 찍은 사진이 별로 좋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 사진첩 속 찡그린 그녀의 모습마저 좋아 보였다면,

그건 당신이 충분히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이효리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길 했다.

‘나는 사진이 많이 찍히는 사람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이상순이 찍은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더라.

그 사람을 보는 시선이 예쁘게 보이면,

예쁘게 찍히는 것 같다’


당신이 찍은 사진이 모두 예뻐 보이는 것은,

그녀의 표정과 상관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 떠나간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모습이 예뻐 보인다면, 그대로 두자.

그녀를 보낼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았단 뜻일테니.


어느 날 갑자기, 사진 속 그녀가 

꼴도 보기 싫을만큼 미워 보인다면,

사진을 삭제하는 일쯤은, 그 때 해도 늦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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