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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Oct 21. 2019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이 되고

[픽션에세이]


열 몇 번째 같은 회사의 면접에서 떨어진 여자가

근래에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이거였다.

‘니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조언이랍시고 해주는 얘기인 즉슨...

눈을 좀 낮추라- /

가고 싶은 회사의 기준을 낮추란 얘기였다.


글쎄...  여태껏 취직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자가 이력서를 낸 그 회사가 대단한 곳이라서였을까?


몇 군데.. 사람들이 추천하는 회사에

여자가 이력서를 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 곳이, ‘좀 작은 회사’이기 때문은 아니다.

.

여자의 목적이 단순히 ‘그 회사에 취직하기’는 아니라는 것.

그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그 다음 스탭을 위한 준비일 뿐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을지,

몇 번이나 더 도전해 볼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선택을 조금만 더 믿기로 한다.

가고 싶은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준비가

아직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

직장인들의 경전이라던, 드라마 <미생> /

거기서 석율은, 어느 날 장그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장그래씨, 삶이 뭐라고 생각해요?”

장그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석율은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한다.

“선택의 순간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되는 거에요.

 매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바로 삶의 질을 결정짓는 거 아니겠어요?”


돌아보면 그렇다.

내가 그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에,

내가 그 직장을 선택했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에...../

내가 선택했던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바로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석율의 말을 되뇌어 본다.


조금 더 쉬운 길을 가려고,

혹은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서

내가 해버릴 잘못된 선택, 섣부른 선택들이,

지금까지 잘 걸어온 내 길을

흐트러뜨리진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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