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단백질 쉐이크가 든 텀블러를 한 손에 들고-
왼쪽 오른쪽 다리를 바꿔가며 런지 자세로-
책상 위에 스탠드를 세워두고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둔 채 일하는 여자를 보고
지나는 동료들이 한 마디씩 한다.
“드디어 니가, 미쳤구나”
여자는 그냥, 웃는다.
요 며칠 여자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이라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년 넘게 만났던 사람과 헤어진 후
여자가 물론, 상심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이대로 확- 망가져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런 일로 나를 망가뜨릴만큼, 어리지 않으니까.
새벽엔 조깅을 해서 요가학원까지 간 다음
요가를 하고, 출근을 한다.
출퇴근길엔 버스 두 정거장 전에 내려 걷는다.
퇴근할 땐 스페인어 학원에 들른다.
일주일에 세 번은, 살사도 배운다.
이런 얘길 들은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랬다.
“너 미쳤구나”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부턴 미친듯이, 나를 위해 살고 싶어졌으니까.
...............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매일 밤 이상한 꿈을 꾸던 딸 앨리스가 묻는다.
“아빠, 제가 미친 걸까요?”
아빠가 대답한다.
“그래, 넌 미쳤어”
그리고 아빠는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비밀인데,
세상에 멋진 사람들은 모두 미쳤어 앨리스”
그런 멋진 사람들을,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음악, 그림, 춤.. 그런 것들에 미친 사람들이
우리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줬고,
또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 덕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편리해지기도 한다.
세상에 이름을 알린 어떤 이들처럼
그렇게 미친듯 무언가에 빠져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여자의 얘기처럼
한 번쯤은 미친듯이, 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건 어떨까.
그렇게,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보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