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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Oct 31. 2019

가끔은 우리, 대충 살자

[픽션에세이] 열시십분의풍경


사무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게 다, 여자의 실수 때문이다.

아니, 실수라고 하기엔 억울하다.


서류 제출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여자는 한 달전부터 팀원들과 함께 야근을 해 왔다. 

사무실에 간이 침대를 두고 쪽잠을 자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다 먹으며

그야말로 폐인모드로 일만 했다.


이 일이 주어졌을 때 여자는 분명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회사 일이란게 어디 그런가.

하라면 해야 하는 분위기- /


그래, 어떻게든 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일,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했고,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지,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너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는 말은

위로도 뭣도 되지가 않는다.

웬만한 일은 다 해내던, 스스로의 잘못이라 후회될 뿐이다. 

하겠다 한 적도, 할 수 있다 한 적도 없는데

모든게 여자 탓이 되 버린 이 사무실안의 공기가, 

지금 여자에게, 너무 버겁다.


..........................


SNS에 유행하는 ‘대충살자’ 시리즈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충살자, 하우스 지붕에 누워 자는 고양이처럼.

-대충살자, 양말은 색깔만 같으면 상관없는 김동완처럼.

-대충살자, 베토벤의 높은음자리표처럼.


사진과 함께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 ‘대충살자’ 시리즈는,

어쩌면, 너무 팍팍하게 사는데 지친 우리에게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렇게 살아도 되겠다’는 위안과 함께 / 


한 번도 그렇게 산 적 없어서,

대충 살면 불안하고, 대충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 <대충 사는 비결>을 공개한다.


거절할 줄 알기. 혼자 다 하지 않기

가끔은 적당히 하기. 기대에 부응하지 않기

콤플렉스 드러내기. 좋은 사람 그만두기


가끔은 우리, 대충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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