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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Nov 14. 2019

모든게 다 괜찮아지면 정말 날 다시 찾을까

[픽션에세이]내얘기듣고있나요

손님이 찾는 종류의 케잌은, 방금 전에 다 팔려 나갔다.

아쉬운 표정으로 손님은, 

유리문을 밀고 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또 올께요..." 


>>


그녀가 이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다음에 또 온다는 인사를, 처음 들은 것도 아니었다.


손님이 없는.. 한가하다 못해 심심한 오후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하필 그 때, 그를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다음에 또 온다는, 그 흔한 인사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참, 쉬운 그 말- 우리도 참 많이 했었지...


맛있는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와 함께 찾아다니던,

수많은 음식점 이모들에게, 우리가 했던 말... 또 올께요-


1주년 기념으로 함께 떠났던, 지난 초겨울 경주 여행.../

물 한 병 사러 갔던 구멍가게.../

그를 보고는, 서울 사는 손자랑 꼭 닮았다며,

기차 타고 갈 때 먹으라고, 난롯불에 구운 밤고구마를 건네주시던,

친절한 할아버지에게, 우리가 했던 말... 다음에 꼭, 다시 올께요-


그 땐, 정말로 꼭 다시 갈 거란 마음이 있었다.

그러니 적어도 그 말들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저, 아직은 지키지 못한, 말들일 뿐이었다.


>>


그 날 저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그녀는, 

그와 함께 갔던, 종로 골목의 한 만두 가게를 찾아 나섰다.

만두 1인분을 시키면, 살짝 얼린 동치미 국물이 따라 나오던 곳-

그 맛이 좋아, '또 올께요...'란 말을 남겼던 곳.../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골목을 찾았다.

수제화를 만들어 팔던 구두 가게를 끼고 들어갔었는데...

골목 안으로 한참 들어가도, 만두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골목에서, 설탕과자를 만들어 파는 아저씨에게 물으니,

무슨 사정이 있는지, 3개월 전... 그 가게는, 문을 닫았다 한다.


또 오겠다는 말, 그거...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구나.../

어쩐지 중요한 걸 잃어버린 것만 같아서 그녀는,

차라리 찾아오지나 말 걸-

그 말도 그냥,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는 말처럼, 

그저 흔한 인사라고... 꼭 지켜야 되는 약속은 아니었다고,

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말 걸... / 후회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이제 그를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녀와 헤어질 때 그가 했던 말,

'모든 게 다 괜찮아지면... 다시 꼭, 널 찾을게...' 그 말은... 

그냥 하는 말이었거나-

이제 없어져버린... 그들이 같이 갔던 만두가게처럼,

그의 마음에선 이미, 없어진 것이, 분명했다


>>


그냥 하는 인사처럼 들어버리는 것도 싫어서-

바보같이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 같아서-

또 오겠단 약속, 함부로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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