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그런사람이있었다
난, 너 때문에 못하게 된 게, 참 많아.
난 완전 올빼미 형 인간인데,
아침마다 너 모닝콜 해 주느라, 늦잠을 잘 수가 없게 됐잖아.
커피에 생크림도 못 얹어 먹게 됐어.
맛있게 먹게 그냥 두지,
생크림 열량은 왜 가르쳐줘 가지구, 사람 겁나게 만들어?!
그래놓구, 다이어트는 왜 못하게 하니?
지금은 통통한 거 좋다구, 비쩍 마른 여자 싫다고 그러지만,
나중엔, 살 좀 빼라구 구박하고 그러는 거나 아닌지 몰라.
그러기만 해봐-
다이어트 하는 여자 싫다고 했던 문자, 나 영구보관함에 저장해 뒀거든?
나중에 너 딴소리 하면, 증거자료로 제출할 거야-
겁많은 너 때문에, 공포영화도 못 보러 가구-
집에서 DVD로 보는 거랑, 극장에서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단 말이야-
그런데 혼자는 왜 못 보러 가게 해?
왜? 내가 극장에서 다른 남자랑 눈이라도 맞을까봐?
미안하지만, 난 억울해-
너 만나면서, 다른 남자랑 데이트도 못하게 됐구-
조인성의 애인이 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났구-
노래방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소라 노래도, 감정 안 잡혀서 못 부르고-
외로운 사람들이 받는 동정표도 못 받잖아.
너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점점 많아지는데...
근데 왜 난 니가 좋지?
>>
(남) 얘 봐라... 난 그럼 할 말 없는 줄 알어?
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별명이 <곰바위>였던 사람이야.
움직이는 거 싫어한다구- 겨울엔 겨울잠 잔다구...
근데, 바지런하게 다니는 거 좋아하는 너 때문에,
내가 운동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어?
그렇게 안 빠지던 옆구리 살이 다 쏙쏙 빠진다구-
또 있어! 너, 나 매운 거 못 먹는 거 알지?
매운 거 먹을 때마다 땀을 한 바가지로 흘리는데도,
너 낙지볶음 좋아하니까- 너 불닭 좋아하니까- 그거 열심히, 같이 먹어주잖아.
니가, 피아노 치는 남자 좋대서,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한테 손등맞고 끊었던 피아노,
이 나이에, 다시 시작했다..
손가락 끊어질 것 같은데도, 어쩔 수 없이... 응?
피아노 치면서 너한테 프로포즈 할려구, 지금 맹연습중이라구-
나, 생전 처음으로 도시락도 싸봤다?!
그 때 우리 놀이공원 갈 때 쌌던 3단 도시락...
넌 지금까지 그거, 어머니가 싸준 거 아니냐구 오해하지만,
맹세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내가 쌌어! 인터넷으로 레씨피 다 뒤져가면서!
나 문자에 빨간 하트, 'ㅠㅠ‘ 이런 거... 아우~ 닭살 돋아서 못하는데,
니가 좋아하니까, 열심히 하잖아. 안 그러냐?
이렇게.. 너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런 거 할 때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냐? 어?
>>
(남)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하게 만들던,
내가 하기 싫은 일도 기분 좋게 만들던...
그런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