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그런사람이있었다
그는, 사랑을 수학처럼 하는 남자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같은... 확률같은, 수학적인 문제로 해결하려고 했었다.
“지금 난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은데, 넌 갈치조림 먹고싶다, 이거지?
어디보자. 순두부찌개 먹었을 때 좋은 점은.. 난 10.
너한테 미안한 마음 있으니까 마이너스 1.
넌 어때? 갈치조림 먹으면 10. 나한테 미안한 마음 마이너스 3?
그럼 내 숫자가 더 크네? 그럼 오늘 메뉴는 순두부찌개! 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더 만족도가 큰 쪽을 정한다-’
이것이 그의, 메뉴를 정하는 방식.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그녀가 보기엔, 현명한 방법인 것도 같았다.
그는, 사랑을 수학처럼 하는 남자였기 때문에,
사랑엔 <모범답안>이 아닌, <정답>이 있다고 믿었다.
1 더하기 1은 2여야지, 2 이외의 답이 나오는 경우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사랑에서,
단 하나의 정답만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사랑을 영어처럼 하던 여자였다.
어떤 단어는 뜻이 수십개가 넘는 영어처럼-
앞뒤의 문장이나, 앞에 붙는 단어에 따라서,
혹은 수식하는 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수도 없이 달라지는 영어처럼-
그녀의 말엔, 하나 이상의 뜻이 담겨 있기도 하고,
그 때 그 때 뜻이 달라지기도 했다.
지난번엔 순두부에 들어간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서 먹더니,
어느 날은 또, 완숙을 먹고 싶었는데 노른자를 터뜨려줬다고,
느닷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공포영화 쳐다도 보기 싫다고 하더니,
또 어떤 날은 자기가 먼저 공포영화 티켓을 예매해 오기도 했다.
그녀가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던 날...
처음에 그는, 그녀의 방식대로 <헤어지자>는 단어를 해석해 보려고 노력했다.
이 말이... 그녀가 지금 많이 지쳐있으니, 더 잘 해달라는 부탁인지-
헤어지고 싶지만 니가 붙잡아 주길 바라고 있다는 뜻도 담겨 있는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헤어지겠다는 협박인 건지-
그녀의 언어로 씌여진 <헤어지자>는 말의 수많은 의미를,
그로선 도저히 해석해 낼 수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은, 그의 방식대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그는, 두 가지의 명제를 떠올렸다.
<그녀는 지금, 헤어지고 싶다>는 것과, <그 역시 많이 지쳐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참명제였고,
두 개의 참인 명제가 결합하면, 결과는 당연히 참명제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정답을 이미 아는데,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사랑엔 정답이 없다고 믿었던 여자와
사랑의 무수한 의미를 다 알진 못했던 남자는
문제를 푸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