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열시십분의풍경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원망을 하다가
그럴 수도 있지 뭐.. 이해도 해 본다.
그러다, 뭐라도 정리될까 싶어 남자는
컴퓨터를 켜고, 아무 말이나 적어보기로 한다.
‘환절기마다 단골처럼 찾아오는 감기
이번에도 아주 된통 걸려버려라..
약 사다줄 사람 없어서 우울해져라..
순두부도 먹고 싶고 김치찌개도 먹고 싶은데
두 개 시킨 다음, 같이 나눠먹을 사람 없어서
나랑 헤어지자고 한 거 후회해라..
좋아하는 영화 재개봉 했는데
같이 보러 갈 사람 없어서
나한테 연락할까말까 고민해라...
힘들어라, 불행해라, 매일 울어라..‘
... 한없이 늘어놓은 저주같은 말들을 다 지우고
남자는, 이 한 마디를 적는다.
‘그러지 말고, 그냥... 돌아와라....’
.............
경남 진주에는,
이런 사랑노래가 전해져 온다고 한다.
비오소서 비오소서
임떠날때 비오소서
축담끝에 버들가지
떠나도록 비오소서
사랑하는 임이 가지 못하도록
비라도 주룩주룩 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래 세상 어느 누가, 사랑이 떠난다는데,
가는 그 길에 비단을 깔아줄 수 있을까...
원망해도 괜찮다.
미워해도 괜찮다.
그 사람이 어느 쪽으로 팔짱 끼는 걸 좋아하는지 알고,
구두굽이 어느 쪽 발부터 닳는지를 알고,
그 사람의 말투를 알고, 온기를 알고....
모든 걸 다 알던 사람을 보내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