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 #3
얼마 전에 핸드폰 약정이 다 되어서 요금할인이 종료된다는 문자가 왔다. 아이폰 6S을 사용 중이었는데 사실 좀 느리고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 말곤 딱히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사실 그게 다잖아!) 이참에 나도 아이폰 텐이나 써보자 싶어 새로 핸드폰을 개통했다.
항상 대리점을 통해서 예약하고 개통하는 절차를 밟아왔지만 이번에는 좀 귀찮기도 하고 대리점 방문할 때마다 뭘 더 하면 이만큼 할인이 더 된다는 둥 무슨 서비스와 결합하면 더 할인이 된다는 식의 영업당하는 게 너무 피로해서 다이렉트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대리점에서도 대략적인 설명은 다 해주지만 말로 듣기보다는 화면에서 직접 요금이 얼마나 할인되는지 숫자를 보면서 비교해볼 수 있으니 더 제대로 알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딱히 서류 쓸 것도 없고-
원하는 제품, 원하는 요금제, 할인 포인트 사용 유무를 선택하고 나니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적힌 버튼 하나가 보였다.
찾아가는 개통
찾아가는 개통은 말 그대로 찾아와서 개통해주는 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정확히 어떻게 해주는 건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skt에서 인증한 매니저가 직접 방문하여 개통까지 해주는 서비스라고 했다. 인터넷 개통의 핸드폰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게 대리점에 가는 것과 크게 다른 것이 있을까 궁금해서 다른 통신사의 다이렉트 샵에는 없는 '찾아가는 개통'을 이용해서 핸드폰을 바꿔보기로 했다. (약간의 귀차니즘이 없었다곤 못하지만... 후후)
찾아가는 개통을 선택하게 되면 만날 장소의 주소와 날짜,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당일 담당 매니저에게서 몇 시쯤 방문 예정인지 사전 연락이 오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 조율이 이뤄지기도 한다. 직접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직접 찾아와서 개통을 진행해주니 일단 몸이 편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대리점에서 핸드폰을 구매하고 개통할 경우 영업 때문에 시달려 너무 피곤했던 적이 많다. 이해는 한다. 영업을 하고 팔아야 그들도 이윤이 날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명확히 원하는 바가 있는 경우에는 딱 그 업무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계속 옆에서 영업을 해대는 통에 짜증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찾아가는 개통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내가 원하는 옵션을 명확히 선택만 하면 되고 방문하는 매니저는 이를 정확히 수행해주어 간단명료해서 좋았고 이 점이 오히려 친절하다는 느낌을 줬고 1:1로 진행되다 보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방문했던 매니저님의 말에 의하면 skt 자회사에서 담당하는데 유통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영업을 하지는 않는 듯했다.
방문하는 매니저의 주요 업무는 이전 폰의 백업의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 당시 사이트에서 선택했던 옵션들이 맞는지 고객 확인 후 개통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심만 바꿔 껴주고 끝인 게 아니라 그 후에 제대로 폰이 작동하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 판단되었을 때 개통 업무가 다 끝났다고 말해주었다.
이전에 대리점에서 개통했을 때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같이 업무 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며 해주는 경우를 많았고 당장 대리점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일단 가서 기다려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많았어서 신뢰가 가질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대리점들이 '폰팔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안고 있다 보니 더 신뢰가 가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놓친 부분이 없는지 먼저 꼼꼼히 확인을 해주었다. 2년 전에는 메신저들이 데이터를 별도로 백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없었기에 카톡 데이터 백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별도로 백업해야 한다는 걸 몰랐는데 매니저님이 먼저 메신저들의 백업에 대해 확인을 해주고 옆에서 방법을 알려주며 설명해주어서 하마터면 메신저 대화 데이터를 날릴 뻔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매니저님이 돌아가시고 라인 대화 데이터는 혼자 하다가 다 날려먹은 건 비밀)
이 서비스를 경험하고 나니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 엄마 핸드폰 바꿀 때도 이 서비스로 하면 좋겠다'였다. 사실 처음에는 찾아가는 개통 서비스를 누가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방문한 매니저님에게 이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냐고 물어보니 실제로 부모님 핸드폰 개통할 때 자식들이 신청을 꽤 한다고 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세대들은 혼자서 데이터 백업하는 것은 고사하고 앱 설치하거나 세팅하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찾아가는 개통을 신청하게 되면 직접 전문가가 방문해서 개통도 해주고 물어보는 것들에 대해 함께 해보면서 설명을 하니 좋아한다고 했다. 또 영업자체를 하지 않고 필요 업무만 진행한다는 점이 안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세대들은 잘 몰라서 대리점에서 영업하면 쓸데없이 비싼 요금제 덜컥 가입해서 오시기도 하니까.
찾아가는 개통 서비스는 대리점 픽업이나 택배 수령 시 생기는 불편함을 잘 커버하여 고개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리점 픽업을 하면 직접 방문해야 하는 수고로움에 영업당하는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택배 수령 시에는 모든 걸 혼자 다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는데 찾아가는 개통을 통해 그런 수고로움과 스트레스, 부담감을 모두 적정선에서 상쇄했다고 보인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좀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시대에 적합한 서비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즈음 시대의 사람들이 아무리 디지털에 친숙하다 해도 중장년층 세대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젊은 세대 중에서도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핸드폰은 전연령을 아우르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구매력 면에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친다 하더라도 그 윗 세대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속세를 멀리하는 스님도 핸드폰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 만을 타겟팅하지 않고 전연령대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방문했던 매니저님도 너무 친절했고 나는 이 서비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실 단점이라고 쓸만한 게 없었는데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서비스라는 점일 것 같다. (매니저님 말로는 생긴지는 좀 됐는데 홍보가 안돼서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한 줄 요약 : 빨리 전국으로 확대해줘요. 우리 엄마 핸드폰 바꾸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