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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계절 오월에 찬란한 숲길을 걷다

소양강 둘레길 트레킹을 다녀오다

by 정석진

계절 중 손꼽히는 오월에는 푸른 숲을 찾아가면 어디든지 좋을 수밖에 없다. 봄이 익을 대로 익어 물이 오른 나무들은 푸른 잎들로 무성해지고 풀빛도 풍요롭다. 도심에서 떠나 자연의 품속에 안기면 누구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이런 호시절에 날도 맑고 화창한 데, 바람은 청정하고 시원한 계곡과 강물을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까지 더해진다면 신선이 노니는 장소도 결코 부럽지 않을 것이다.


오늘 트레킹을 다녀온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청정 강원도 깊은 숲의 속살 사이를 굽이 흐르는 소양강을 사이에 두고 산기슭을 따라 한 바퀴를 빙 도는 소양강 둘레길을 신한은행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서울 잠실에서 이른 오전 시간인 7시에 버스로 출발하여 두 시간 반 정도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하는 일이 분주했지만 서둘러 나선 보람은 차고도 넘쳤다.

오월 중순인데도 한낮은 한여름 날씨여서 힘든 여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는데 둘레길이 온통 울창한 숲 속으로 나무그늘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기에 걷기가 아주 그만이었다. 소양강 둘레길은 강을 끼고 강가를 따라 걷는다. 신갈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언뜻언뜻 푸른 강물이 비치고 건너 산자락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니 내 마음도 저절로 푸르게 물든다.

연배가 꽤 되신 분들이 산길을 평지 걷듯이 빠른 보폭으로 성큼성큼 잘도 걷는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음미하고 걷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따라가기가 바쁘다. 워낙에 걷는 일이 이력이 나신 분들이라 습관이 되어 버린 듯하다. 걷는 일이 목적이지만 트레킹 본연의 의미를 담아 푸른 자연을 유유자적하게 충분히 즐기는 여유를 가졌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숲에는 참나무가 대부분이었고 생강나무도 많이 보였다. 간간이 소나무들도 있었지만 산은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차지한 참나무들의 영토였다. 꽃이 핀 나무들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야생화도 심심찮게 피어 눈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음 숲에 들어섰을 때, 순백의 꽃이 핀 고광나무가 우리를 반겼다. 말발도리 꽃과 흡사한 꽃송이들이 푸른 숲을 바탕으로 하얀 빛깔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고광나무 꽃도 많았지만 산조팝나무가 숲길의 주인공이었다. 작은 꽃들이 무수하게 무리 지어 피어있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조팝나무와 흡사하지만 꽃송이가 조금 더 작은 산조팝나무 꽃이 산기슭을 뒤덮은 풍경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조팝나무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알았다.

고광나무
산조팝나무

야생화로는 초입에 노란 애기똥풀이 많았고 연분홍 벌깨덩굴이 이따금 있었다. 습기가 많은 곳에는 흰 미나리냉이가 무리 지어 피어있었다. 깨알 같은 꽃들이 꽃다발로 핀 쥐오줌풀을 만나서 반가웠다. 난생처음 보는 꽃도 보았다. 꽃술이 유난히 기다란 특이한 꽃모양으로 백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었는데 매우 신비로웠다. 꽃 이름으로 유추해 보니 한약재로 쓰이는 약초인 듯했다. 보기 드문 큰 꽃 으아리도 두 번이나 만났다. 호기심과 경이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충분히 가졌다면 더 반가운 꽃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벌깨덩굴/미나리냉이
쥐오줌풀 / 큰꽃으아리
백선

숲길은 걷기가 수월했다. 데크가 설치된 곳이 있고 다소 오르내림이 있지만 거의 평지나 다름이 없었다. 대략 12 킬로 미터의 길을 4 시간 정도를 걸었다. 중간중간 짧은 휴식을 취하며 걸었는데 함께 하는 분들의 표정에는 힘든 내색은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대부분이 우거진 푸른 숲길이었고 걷다가 옆을 쳐다보면 강물이 나뭇잎 사이로 흐르고 백사장도 넓게 펼쳐져 있는 풍경이 마음에 평안을 안겨주었다.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마무리 길에서야 비로소 그동안 숲으로 가려졌던 확 트인 강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수량이 많지 않아 백사장이 많이 드러나 있었지만 푸른 강물이 굽이치며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는 풍경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4시간을 걸었는데 온통 숲 속에 머물러서인지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물오른 푸른 자연의 정기를 온몸으로 가득 담아가는 아주 뜻깊은 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푸른 자연은 찾는 사람들에게 쉼과 휴식과 재충전을 안긴다. 좋은 계절이 그냥 가기 전에 찬란한 오월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서 부요한 마음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원대리 막국수 집을 찾아 맛깔스러운 도토리 묵과 바삭하고 탱글한 감자전과 부드러운 수육에 메밀 막국수까지 포식을 했더니 부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더구나 서울에 들어서기 전 싸우나로 몸까지 씻고 나니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는 풀코스의 완벽한 오월의 하루가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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