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기 전 베이징의 하늘에서 본 것은 푸른 숲이 펼쳐진 풍경이었다. 산이 보이지 않는 너른 평야 지대로 공항이 도심에서 떨어진 교외에 위치한 이유도 있겠지만 농장보다는 나무와 풀들이 우거진 공원 같은 정경이 보기에 좋았다. 미세먼지로 심각한 베이징 도심 하늘을 개선하기 위한 고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항 라운지에 들어서서 공항의 외양을 보았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돔을 이루는 기둥들이 위압감을 준다. 공항의 구조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는 붉은색이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붉은빛의 기둥이 선명하다.
런던행 비행기 -베이징 공항
중국은 확실히 큰 나라 인가 보다. 그 대단한 스케일로 공항이 어찌나 넓은 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넓어도 심하게 넓은 탓에 부스도 비어 있는 곳이 많고 인적조차 드물다.
텅 빈 베이징 공항
비행기에서 내려 출구를 향해 한참을 걸었다. 지루할 만큼 꽤나 먼 거리다. 도착 승객은 건강 관련 문답을 온라인으로 작성해야 했다. 아직도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경유하는 우리는 그냥 통과하여 경유 통로로 향했다.
그런데 경유지 근무 직원이 어찌나 퉁명스럽게 대하는지 기분이 좋질 않았다. 그 직원은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인데도 사명감 없이 일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인다.
탑승구에 자리 잡고 있다가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스타벅스를 찾아 나섰다. 딸이 중국에만 있는 음료수를 먹고 싶어 해서 자판기를 찾았는데 재고가 없어 이용이 불가했다. 이용객이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다. 공항이 지나치게 넓은 탓에 스타벅스가 세 군데나 있는데도 가장 가까운 곳이 400 여 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터덜터덜 먼 길을 걸어 스타벅스를 찾았다. 딸기라떼 비슷한 음료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거의 8천 원이다. 음료수를 기다리려 빈자리를 찾았는데 먹고 난 음료수 잔이 버려져 있다. 치우는 사람이 없이 방치되어 지저분했다.
음료수 맛은 역시나 독특했다. 딸기 맛이 나면서 익숙하지 않은 새콤함이 느껴진다. 새로운 미각이 이곳이 타국임을 느끼게 한다.
베이징공항 스타벅스
외국에 자주 다녀보진 못했지만 나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확실히 우리나라 공항은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세련되면서 빈틈이 없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 있다. 국제적인 공항 평가에서 늘 좋은 평가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참여했던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부실하고 허술한 준비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그간 한류로 좋은 이미지를 쌓아 국격이 상승 중이었는데 찬물을 확 끼얹는 격이다. 전 국민의 가슴을 후비는 뼈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기가 막힐 일이지만 어쩌랴! 이번의 쓴 경험을 디딤돌 삼아 다시 한번 비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이나 된 듯한 교만은 가장 위험하다. 아직은 멀었다. 처음처럼 겸허한 마음으로 단단하게 토대를 쌓으며 나가야 한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데 사실인 것 같다. 이렇듯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간절하니 말이다.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에 오른다. 무료하겠지만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알뜰하게 보내려 한다. 모든 여정이 즐거운 여행의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