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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30. 2023

스페인,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 엄지 척!

영국, 스페인 여행기 16

바르셀로나의 숙소가 가우디의 작품 중 하나인 카사 바트요 근처였다. 그래서 도착한 그날, 숙소로 가는 도중에 우연히 볼 수가 있었다. 거리가 유럽의 오랜 역사를 담은 도시답게 전통이 느껴지는 건물이 즐비한 거리에서 독특한 외관이 가장 눈길을 끄는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건물 앞에 포진해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신기한 것은 연이어 붙어있던 두 건물들도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건물이 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녔고 돋보이는 경관을 지녔다.

카사 바트요

투어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가우디가 건축한 카사 바트요 외에 나머지 건물로 조셉 푸치가 건축한 카사 아마트예르, 그리고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건축한 카사 레오모레라로 모두 당시 1,2.3위를 다투던 저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이었다.

카사 레오모레라/카사 아마트예르

실제로 세 작품 중에 몬타네르가 건축한 카사 레오모레라가 그해의 바르셀로나 최고 건축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 최고의 건축가로 꽃의 건축가로 알려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탈라나 음악당을 건축한 사람이기도 하다.

카탈라나 음악당

그 세 곳이 모여있는 곳을 그리스 신화에 빗대어 불화의 사과블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누가 누가 예쁘냐고 서로 경쟁하는 중이니 그럴듯하다.

그런데 유명세를 치른 것은 1등을 차지한 몬타네르가 아닌 가우디였다. 사람의 관절을 포함한 뼈 모양의 기둥과 해골까지 담고 있어 그 당시에는 아주 파격적인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건축을 의뢰한 바트요가 옆 건물보다 아주 튀는 건물로 지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가우디는 그의 요구를 넘어서 용의 전설까지 등장시켰다.

사람의 뼈대와 해골의 형상

지붕이 용의 비늘로 덮여 있고 심지어 용의 눈도 보인다. 비늘 색깔도 푸르고 붉게 되어있는 데 붉은 것은 기사에 찔려 흘린 피를 상징하는 것이다.

지붕을 덮고 있는 용의 비늘과 눈
용의 눈

용의 전설은 이렇다. 이 이야기는 카탈루냐 국기 유래에도 연관이 있다.


어느 날 용이 나타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인신 공양을 하게 되는 데, 공주가 제물로 뽑힌다. 공주가 제물로 먹히려는 순간에 산 조르디라는 기사가 나타나 창으로 용의 심장을 찔러 공주를 구한다. 용의 피가 쏟아져 피범벅이 된 손으로 공주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네려다 피를 닦으려고 모래에 손바닥을 쓱 문지른다. 그 모습이 바로 노란 바탕에 붉은 줄이 그어진 카탈루냐 국기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카탈루냐 국기가 정말 그렇게 보인다.

카탈루냐 국기

4월 23일이 바로 산 조르디의 축일로 그날에는 여자에게는 장미를 그리고 남자들에게는 책을 선물한다. 그래서 해마다 축일이 되면 카사바트요에는 장미로 뒤덮인다고 한다. 현재 카사바트요의 소유주는 사탕으로 유명한 츄파춥스다.


가우디는 카사 바트요가 바다의 집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그래서  파사드를 푸른 초록 타일로 장식했고 올록볼록하게 표면에 굴곡을 줌으로 물결을 표현했다. 거기에 공기방울과 암모나이트 문양을 장식으로 바다의 느낌을 세심하게 담았다. 그가 의도한 대로 주택의 이미지는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지붕에는 용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가우디는  각층의 채광을 위해 위쪽이 트인 건물 내의 뜰인 파티오로 심미적인 면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도 세심하게 챙겼다.

가우디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건축에 그대로 녹여내는 실천력도 참으로 놀랍다. 세상에 그 누가 사람의 뼈와 해골을 집의 외벽 장식으로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  뛰어난 점은 본질은 변모시키지 않으면서  대상 자체가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길러내 승화한다는 것이다.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가우디는 도면도 없이 건축을 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그의 건축예술이 주는 마법에 빠져든다. 다음은 또 어떤 마법이 펼쳐질까!

#여행에세이 #가우디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사바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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