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긴 추석 휴가를 맞았다.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꿀 같은 휴식의 시간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내게는 매일이 노는 날이라 그런 마음은 들지 않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점은 좋은 일이다.
과거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며 맞이하는 연휴와 매일이 똑같은 지금의 내게 주는 행복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결핍을 느낀 후라야 풍부함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배고픔이 있은 뒤라야 참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참 묘하다. 풍부함에 젖어 있으면 감사는 쉽게 달아나버린다.
연휴 첫날 아내는 추석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쁠 때 나는 아시안 게임 중계방송에 빠져 지냈다. 우리나라 수영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선전에 온통 마음이 가 있었다.한 경기 내에서 분위기가 판세를 이끌어 가는 것과 같이 운동 종목의 흐름도 물결을 타는 것 같다. 기세가 오른 우리나라 수영이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가 흥분과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한다.
추석인 오늘은 아내가 정성스럽게 마련한 늦은 아침을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고 모처럼 가족 모두 집에서 가까운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을 찾았다. 따라나서는 반려견 쁨이도 덩달아 신이 나 어쩔 줄을 모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주문해서 가는 길에 픽업을 했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공원을 찾는 많은 이들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좋다.
공원 안에 있는 연못 월영지에 분수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시원하게뿜어내는 물줄기에 화려한 무지개가 피어난다. 마음이 뻥 뚫리는 풍경이다.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매트를 펼치고 앉아 시원한 경치를 눈에 담는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깔린 하늘에 연 하나가 떠 있다.
아이들은 가져온 치킨을 콜라를 마시며 먹는다.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도 한 두 조각을 먹었다. 아들은 모자랐는지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사러 간다. 딸도 아내도 요즘 인기 있는 대파 햄버거를 시켜서 나도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같이 주문했다.
연못이 바라다 보이는 그네의자에 앉아 여유를 부려본다. 흔들림이 크지는 않아도 공중을 부유하는 느낌이 살아있다.
낮이 저물어 가니 바람이 차다. 가을이 부쩍 가까워졌다. 아들이 사 온 햄버거와 맥플러리에 감자튀김으로 입이 즐겁다.
배를 불리고 나서 찬기운에 담요를 덮고 누워 하늘을 우러러본다. 아까와는 다르게 구름이 빽빽하게 차있는 하늘이다.저녁이 슬슬 집을 찾아든다. 어둠이 내리는 시각, 여기저기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뜬다. 우리도 자리를 정리하고 짧은 피크닉을 마무리를 한다.
숲 속의 시간이 좋았지만 집이 주는 아늑함은 견줄 수 없는 귀중함이다. 집에 머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떠나 있으면 왠지 집이 그리워진다. 언제나 우리는 마음 한편에 그리움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다. 추석이 조용히 저물며 둥근 보름달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