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는 한여름의 별미를 아시는지

고구마 순 요리에 대하여

by 정석진


특별한 음식이 누구에게나 있다. 몸이 유독 마른 시절, 내게 음식은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였다. 반면 아내는 음식과 연관된 추억들이 많다. 처음 먹어 본 바나나, 아이스크림, 탕수육에 대한 기억을 지금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한 그 강렬한 기억을 말이다.


아내가 처음 접한 아이스크림은 너무도 부드럽고 달콤했더란다. 선생님이 사 주셔서 최초로 먹은 탕수육은 입천장이 데는지도 모르고 숨도 안 쉬고 먹었다. 돈을 벌게 되면 실컷 사 먹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반면에 나는 음식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내처럼 선명한 기억은 아니지만 언제나 환영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다소 엉뚱하게도 고구마 순 무침이다. 무더운 여름날 지치고 입맛이 없을 때 고구마 순 요리는 생각만 해도 침이 돌게 한다.

손질한 고구마 순

사실, 고구마 순은 특별할 게 없는 식재료다. 영양분도 그다지 많이 함유하고 있지도 않고 요리하려면 껍질을 일일이 까야하는 귀찮은 재료다. 물론 시장에서 이미 까놓은 것을 사다 요리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한 단을 사다 직접 재료를 손질해서 쓰는 편이 더 싱싱하고 좋다.


고구마 순은 일반적으로 잎은 먹지 않고 줄기만 먹는다. 고구마밭을 일구는 시골에서는 고구마 줄기의 가장 어린 부분은 잎과 함께 줄기를 따서 껍질을 벗기지 않고 무쳐 먹기도 하는데 특이하게 미끈거리는 맛이 난다. 이렇게 먹는 것도 괜찮지만 고구마 순만 요리하는 것이 깔끔하다.


고구마 순은 줄기가 붉은 것이 맛이 있다. 한 단을 사다 껍질을 벗겨야 하는 데, 너무 싱싱하면 잘 안 벗겨지고 조금 시들었을 때 해야 쉽다. 손질할 때는 잎 부분을 꺾어서 한 번에 쭉 벗기고 반대로 줄기 끝부분을 꺾어서 나머지 부분을 벗겨 낸다. 한 번에 잘 벗겨지면 좋은 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반을 꺾어서 한 번 더 벗겨낸다. 껍질이 남지 않아 깨끗할수록 식감이 좋고 부드럽다.


워낙 자주 먹다 보니 손질하는 것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단순 반복 작업이라 지겨울 법도 하지만 나름 즐기는 면도 있다. 한 단을 작업하고 나면 반 정도 남고 버릴 잎과 껍질도 비슷한 양이다.


나머지는 아내의 몫이다. 뜨거운 물에 물러지지 않을 정도로 푹 데친다. 좋아하는 요리 방식은 된장 무침이다. 된장과 각종 양념에 참기름을 더해서 무쳐내면 된다.


한 단을 사다 요리해도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밥과 함께 한 젓가락을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간다.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향토색 깊은 된장의 풍미와 참기름의 고소함이 후각과 촉각을 깨우고 어릴 적 어머니가 무쳐주시던 추억이 한데 어우러져 미각을 돋운다.

고구마 순 된장무침

다른 반찬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젓가락이 쉬질 않는다. 내가 워낙에 좋아하는 것을 아는 아내는 손도 대질 않아 혼자 독차지가 된다.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좋은 것을 숨길 수 없다. 밥 한 공기에 한 접시가 뚝딱 사라져 버렸다. 더 먹고 싶지만 배가 불러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불룩해진 배를 두드리며 '아! 잘 먹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아내가 있어 오늘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평소에는 별로 들지 않던 살가운 마음도 인다. " 여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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