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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12화
보성강에 다슬기 잡으러 가자꾸나
처가에 가서 다슬기와 재첩을 잡고 맛보는 즐거움
by
정석진
Jun 19. 2023
아래로
서울을 벗어나 정겨운 시골을 찾아 온전한 자연의 품에 안긴다.
농촌의 아침은 새벽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자연의 시간이 적용되는 곳.
그곳에서는 게으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꼭두새벽부터 시작된 기분 좋은 노동이 정오에 끝났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난 후 피곤한 몸을 개운하게 만드는 낮잠까지 즐겼다.
여유로운 오후의 시간에 보성강변에 간다.
다슬기와 재첩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섬진강 지류인 맑은 보성강에는 다슬기와 재첩이 산다.
강둑 길을 따라 차를 타고 가는 길이 한가롭고 정겹다.
예전의 보성강에는 수량이 풍부했고 강변에 백사장도 넓었단다.
아내는 그 백사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는 옛 추억을 들려준다.
하지만 주암댐을 건설한 이후 지금은 백사장은 사라지고 우거진 밀림만 남았다.
개망초꽃밭
강안에는 개망초가 사람 키까지 자라나 포기마다 꽃송이가 달려 꽃대궐을 이뤘다.
꽃밭을 헤치며 강가로 나가는 길이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서는 듯하다.
수풀이 우거진 강물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윤슬이 번뜩이며 힘차게 흐른다.
산과 숲과 강물이 어우러진 명화 같은 풍경이 아늑하고 평화롭다.
번거로운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고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정결해지는 느낌이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다.
장화를 신어 차가운 촉감은 없지만 푹푹 찌는 무더위가 냉큼 물러간다.
"우와! 다슬기가 새카맣게 보인다!" 아내의 외침이 들린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왔는데 너무나 반갑다.
예전에 왔을 때는 다슬기가 많지 않았다.
흐르는 물속에 잠긴 돌 위에 다슬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챙겨 온 도구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다슬기를 잡는다.
맨 눈으로는 물살 때문에 물속을 들여다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유리를 통해서 보면 물속이 선명하게 보인다.
강물에 거의 얼굴을 들이밀고 물속에 있는 보물들을 건져낸다.
다슬기 잡는 도구
다슬기가 많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았다.
큰 것들만 골라 하나씩 건져 올린다.
요 녀석들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건드리면 바로 돌에서 떨어져 버린다.
따가운 햇살에 등이 따갑지만 시원한 강물이 상쾌하게 더위를 날린다.
큰 다슬기를 찾아서 아내는 성큼성큼 물길을 걸어가 여울물을 건넌다.
아내는 어렸을 적부터 다슬기를 잡았다.
그래서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디가 큰 것이 사는지를 아내는 빠삭하게 잘 알았다.
아내를 따라 기우뚱거리며 물길을 헤치고 뒤따라 간다.
물살이 거칠어서 중심 잡기가 여의치 않다.
아내가 연신 크다며 정신없이 잡느라 거의 물속에 잠겨있다.
얕은 개울물보다 깊은 곳에 큰 놈들이 살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물에 몸을 담그다시피 하며 탐색해 간다.
물에 몸을 담그니 시원함에 다슬기를 잡는 일이 더 신난다.
여울물을 건너가서 보니 확실하게 씨알이 굵다.
나도 많이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두 배 이상을 더 잡았다.
계속 허리를 구부려 잡아야 하는 자세로 잡다 보니 허리가 많이 아팠다.
하지만 다슬기를 잡는 즐거움이 너무나 커 통증을 느낄 틈이 없었다.
간간이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선경이 따로 없다.
한 시간여를 잡았는데 상당히 많은 양을 잡았다.
재첩도 눈에 보였지만 다슬기가 우선이어서 재첩은 뒷전이었다.
저녁에 조카들과 약속이 있어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재첩을 조금이라도 잡기로 했다.
재첩은 강물에 사는 물풀 아래 모래 틈에 산다.
물풀을 찾아 인근 모래를 파헤치면 재첩이 보인다.
손톱만큼 작은 귀여운 조개가 바로 재첩이다.
호미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맨손이어서 강바닥을 파기가 힘들었다.
손으로 살살 모래를 파헤쳐도 재첩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재첩 잡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아내는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잠깐이었지만 재첩을 한 사발이나 잡았다.
시간이 많았으면 재첩도 몽땅 잡았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후일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묵직한 다슬기와 재첩을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강을 떠난다.
장화를 신었지만 발이 물에 퉁퉁 불었을 뿐 아니라 온몸이 다 젖어서 차를 타는 데 애를 먹었다.
다슬기를 물에 한참 담가놓는다.
이물질을 뱉어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을 끓여 다슬기가 얼굴을 내밀고 있을 때 재빨리 삶아내야 다슬기를 까기가 쉽다.
까놓은 다슬기
삶은 다슬기 물은 따로 보관하고 이쑤시개로 다슬기를 깐다.
산더미 같은 많은 양이어서 쉽게 질릴 일인데도 아내와 나는 무한한 인내심으로 그 일을 즐긴다.
아내가 다슬기를 훑어 잡는 바람에 아주 작은 녀석들도 많았지만 잡은 노고를 생각해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두 시간에 걸쳐 다슬기를 모두 까니 두 대접 정도 되었다.
다슬기 국물과 다슬기 알로 수제비를 끓였다.
감자와 애호박을 넣고 수제비를 뚝뚝 떼어 만든 다슬기 수제비로 저녁을 먹었다.
다슬기 고유의 푸르스름한 국물과 쌉쌀한 다슬기가 야채와 어우러져 시원한 맛이 기가 막혔다.
연신 숟가락으로 쉴 새 없이 폭풍 흡입을 하면서 탄성이 계속 이어진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한 그릇으로는 부족해서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처형부부도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다.
다슬기 수제비
다슬기 요리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다슬기 장이다.
매콤한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양파도 적당히 넣고 짭짤한 장조림을 만든다.
다슬기장은 완전한 밥도둑이다.
한 숟갈 퍼서 밥에 비벼 먹으면 아무리 없는 입맛도 돌아오게 만드는 귀물이다.
재첩은 양이 얼마되지 않아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첩 살을 발라내 뽀얀 국물로 미역국을 끓였는데 완전히 기대이상이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미역국 중에 단연 최고였다.
고소하고 시원하고 깊은 감칠맛이 감격스러웠다.
처형의 손맛이 뛰어난 점도 있겠지만 바로 잡아 끓여낸 재첩 미역국은 환상이었다.
오랜만에 처가를 찾아 매실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고 다슬기와 재첩을 잡는 즐거움도 만끽했다.
거기에 더하여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맛있는 다슬기 수제비와 재첩 미역국을 맛보았다.
저녁에는 조카부부를 만나 처형들과 함께 황전 한우 식당에 가서 고소한 한우를 양껏 먹었다.
시골이 주는 모든 행복을 한 아름 넘치게 누린다.
돌아오는 길에 마늘, 죽순, 감자를 바리바리 싸주시는 처형의 푸진 정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찾아갈 시골이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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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진
평범 속에 깃든 특별함을 사랑합니다. 늘 푸른 청년의 삶을 꿈꾸며 에세이를 쓰고 시를 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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