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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08. 2023

가을날 운동회 스케치

서늘한 가을날 야외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교회 가족들이 1년에 한 번 총출동하는 행사다.


체육대회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1.6킬로미터를 달려서 그 기록으로 체력을 점검한다.  시간에는 아이들을 포함해 모두가 참여한다. 좀 쌀쌀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오전에 구름이 잔뜩 끼어 따가운 햇살이 숨은 덕분에  달리기 하는데 딱 좋은 날씨였다.

단풍이 든 담쟁이덩굴

전날 정선에 있는 두위봉으로 산행을  다녀온 나는 다리에 근육통이 약간 있었다. 그래서 오늘 달리기 하기에는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나는 원래 오래 달리기를 꽤 잘하는 축에 속한다. 평소 같은 연령대에서 수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도 있고 몸 상태도 최상이 아니기에 오늘은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여유롭게 뛰기로 했다. 50대 이상은 8분 안에 뛰면 체력이 Excellent 판정을 받기에 그 기록을  달성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운동회 풍경

운동장을  6바퀴를 도는 거라 1분 20초에 한 바퀴를 돌기로 하고 뛰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초과되었다. 그래서 속도를  올려서 기록을 맞췄다. 마지막에 스퍼트를 하려고 여유를 가지고 뛰며 힘을 비축했다. 그렇게 뛰어서 체력의 여유가 있었지만 막판에 전속력으로 달린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겨우 반의 반 바퀴에서 힘껏 달려 7분 28초로 마쳤다.


연습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뛴 기록치고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체력이 꽤 괜찮은 수준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아서 몸도 축나지 않았고 마음도 편안했다.


체력 점검을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달리기를 한 뒤라 몹시 시장했던지 사람들이 저마다 식판에 머슴밥처럼 많이 퍼왔다. 그래서 밥이 모자라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평소에는 한 공기를 겨우 먹던 이들이 몸을 쓰고 나니 없던 식욕이 솟구친 것이다.


점심을  먹자마자 축구에도 참여했는데 짧은 시간을 뛰었는데도 활력이 솟고 마음도 즐거웠다. 축구에 대한 의욕은 차고 넘치는데 공 다루는 기술은 별로여서 뛴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뛰어다녔다.


운동회 마지막 순서는 온 가족이 참여하는 시간으로 다양한 게임을 했다. 특히 아이들이 뛰는 시간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무엇을 하건 그리고 잘하지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귀여운 아이들이다. 티 없이 밝은 모습으로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너무 신나고 즐거워해서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운동회 장소  광림교회 수양관

피날레로 이어달리기가 있었다. 뛰는 선수들의 모습에 탄식과 탄성이 이어졌다. 열심히 뛰지만 속도가 안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마음을 울렸다. 즐거운 가을 운동회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친한 이웃들과 함께 사랑과 격려를 주고받는 운동회는 뜻깊은 시간이다. 움직이는 것보다 편히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선호하는 세태에 몸으로 소통하는 시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거기에 더하여 여러 세대가 어울려 함께 하는 시간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머잖아 산하는 붉게 물들며 가는 계절의 절창을 보여 줄 것이다. 그에 앞서서 꽃보다 아름다운 이들과 쌓은 가을날의 고운 추억이 영화의 예고편처럼 오는 계절을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에세이 #운동회 #가을 #게임 #광림교회수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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