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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10. 2023

불굴의 아이콘 배드민턴  안세영선수

안세영 선수의 투혼을 보며

얕은 애국심으로 국가 간 운동 경기는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경기를 보면서 승부에 집착하는 것 때문에 아이들에게 많이 혼난다. 첫째는 시끄럽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경기에 지나치게 몰입을 해서 실수하는 선수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왜 그렇게 흥분이 되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아시안 게임의 주요 경기를 보면서 그간 가장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던 종목은 안세영 선수가 뛰는 배드민턴었다. 다른 경기들은 늘 가슴을 졸이며 봐야 했지만 안 선수의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보여주는 기량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단식 사냥에 나서는 날, 가장 뜨거운 두 경기가 동시에 벌어졌다. 축구 결승과 안세영 선수의 배드민턴 단식 결승이었다. 축구도 우리가 단연 우위였음에도 공은 둥글기에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었고 더구나 한일전이어서 모든 이목이 축구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선수의 결승전은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호각지세 속에서도 우위를 점하던 1세트 막바지에 안 선수에게 악재가 발생했다. 수비를 하면서 무릎을 다친 것이다. 보기에도 단순한 부상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늘 웃던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고 통증으로 인해 찡그린 얼굴 표정이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통증을 줄이는 파스를 뿌리고 다시 코트에 선 그녀의 움직임은 현저히 둔해 보였다. 천만다행으로 1세트는 안 선수의 승리로 끝났다. 우려와 걱정이 몰려왔다.


짧은 휴식 후에 2세트 경기가 열렸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얼른 보기에도 부상이 심각해 보였다. 행동도 부자연스럽고 무엇보다 점프를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천위페이 선수는 안 선수의 부상을 인지하고 맹공을 쏟아부었다. 그전 같으면 충분히 수비해 낼 수 있는 공격을 막지 못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쩔 수 없이 2세트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간 그녀의 계속되던 승전보가 이번 부상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불운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고 해도 실전에서 부상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패배는 너무도 자명했다. 차마 그런 상황을 목도하기가 어려워 아예 보지 않으려고 축구로 채널을 완전히  돌려 버렸다. 그녀의 안타까운 불행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간 그녀가 흘린 땀과 노력이 무위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축구도 시작하자마자 한 골을 먹어서 어두운 구름이 드리운 채 경기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만회 골이 터지고 역전 골까지 이어져 승기를 잡고 경기가 진행되었다.


 선수가 당연히 패해서 은메달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널을 돌려보니 중계방송도 이미 끝나 있었다.

놀랍게도 패배가 아니었다. 한 마디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무조건 질 수밖에 없던 그 경기를 승리한 것이다. 어떻게 되었나 너무나 궁금해서 지연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2세트를 내주고 3세트에 반전이 일어났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생생한 현장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붕대로 칭칭 감은 무릎과는 별개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파죽지세로 천위페이를 몰아붙였다. 점프로 강력한 공격은 할 수 없지만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상대를 흔들며 약점을 파고들어 점수를 다.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량에 집중하여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던 것이다.


천위페이는 그런 안세영 선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연이은 실점을 했다. 생각지 못한 경기의 흐름에 넋을 잃은 듯했다. 경기 막바지에는 좌우를 찌르는 파상공세에 지친 천선수는  근육통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상황이 되었다.


경기는 그녀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승리를 일궈낸 안 선수의 분투가 눈부신 순간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그녀는 코트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보는 내내 얼마나 짜릿한 감동이었는지 전율이 흘렀다. 어안이 벙벙해진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나중에 투혼상이 그녀에게 주어졌다고 하는 데, 이는 온당한 이 아니다. 대부분 투혼상은 경기에 졌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격려차 주는 상이다. 오히려 MVP 선수상이 그녀에게 타당하다.

후일담으로 그녀는 천재가 아닌 노력형이며 지금의 결과는 숱한 패배를 극복하고자 그녀가 오로지 훈련에 매진한 준비된 결과라는 점이다. 선수촌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 지독한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스스로 감당했을 뿐 아니라 레슬링 감독에게 특훈까지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신수에게 많은 점을 배운다. 패배가 분명한 상황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고통을 극복하고 할 수 있는 기량을 끌어내는 집중력과 투혼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불행을 긍정의 힘으로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준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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