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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를 소개합니다

우리 곁에 머무는 나무 이야기

by 정석진

숲해설을 실습하러 월드컵공원에 갔다. 각자가 나무 하나를 정하여 해설을 하기로 했다. 나는 자귀나무를 맡았다. 기온이 뚝 떨어져 나뭇잎들이 다 졌다. 갑자기 급강하한 날씨에 콧물을 흘려야 했고, 가지에 꼬투리만 달린 나무를 보면서 해설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열정을 가지고 해 보았다.


자귀나무는 이름부터 신비롭다. 잘 알지 못할 때는 나무에 귀자가 들어서 귀신과 연관이 있는 줄 오해했다. 그래서 내게는 꽃도 달리 보였다. 자귀나무 꽃은 독특해서 여느 꽃과는 다르게 생겼다. 마치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을 닮았다. 이 나무에 대해서 편견을 가져도 정도가 아주 심했었다.

자귀나무

하지만 자귀나무를 알아가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귀신과는 전혀 상관없을 뿐 아니라 한 마디로 아주 사랑스러운 꽃나무였던 것이다.


먼저 나무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 있어서 소속이 어딘지를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들을 함께 이해할 때, 공통점을 통해 더 많이 알게 된다. 이 나무는 콩과 식물이다. 콩과 식물은 속씨식물 중에 가장 많은 종을 가진 난초과와 국화과에 이어 세 번째로 종 수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195천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90여 종이 있다. 콩과는 우리가 잘 아는 콩이 대표적인 식물이다. 그 외에 아까시나무, 박태기나무가 있고 싸리나무도 콩과에 속한다. 초본으로는 토끼풀이 포함되고 갈퀴나물이나 자운영도 콩과 식물이다.


콩과 식물은 공통적으로 대부분 열매로 꼬투리(콩)가 맺힌다. 그리고 뿌리 혹을 이용하여 공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질소는 식물의 3대 영양소 중 하나로 생명활동의 중심이 되는 DNA나 단백질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데 공기 중의 질소는 식물이 직접 흡수할 수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콩과 식물은 뿌리혹 세균과 공생하며 이들을 통해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켜 식물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귀나무

그래서 피복작물로 콩과 식물을 심는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콩과 식물은 환경오염 문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뿌리 혹을 통한 콩과 식물은 연간 5 천 톤의 질소를 식물에게 공급한다. 질소 비료가 연간 1억 톤이 사용되어 많은 토지를 오염시키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자귀나무의 어원은 김종원 계명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말 ‘짝’에서 찾는다. ‘짝나무’에서 ‘짜기 나무’를 거쳐 자귀나무라고 변천했다고 하는 데 일리가 있어 보인다.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잎들이 서로 포개진다. 이는 수분과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함인데 마치 정답게 짝을 이루는 것 같다. 이는 금슬 좋은 부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옛날에는 자귀나무를 신혼부부 집에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이 나무를 마당에 심으면 부부금슬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합환수로 불린다.


한 여름에 피는 꽃은 봉황의 깃처럼 우아하다. 여름에는 주로 꽃나무들이 흰색인데 반해 자귀나무는 아주 드물게 붉은 꽃이 핀다. 꽃이 길고 붉은 것은 꽃잎이 아니라 25개의 수술이 모인 것이다. 자귀나무의 꽃말은 환희, 가슴 두근거림이다.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꽃이다.

자귀나무

자귀나무는 산록 및 계곡의 토심이 깊고 건조한 곳에서 잘 자란다. 추위에 약하고 공해에도 약하지만 병충해가 적어서 관리에 편하다. 나무껍질을 합환피라고 부르는데 불면증 치료제로 쓰인다.


그 외에 천연기념물이라는 단어는 이 나무에서 비롯되었다. 독일의 자연과학자이자 지리학자였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베네수엘라의 어느 자귀나무를 보고 감명을 받아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무더운 한여름 길을 지나치다 불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화려하고 멋진 꽃나무를 만나면 사랑스러운 자귀나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부부는 언제나 함께 할 때 사랑이 꽃 핀다. 자귀나무가 넌지시 우리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다.

자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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