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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an 17. 2024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려면

후배와 사우나하기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가미하면 멋진 날이 된다. 지혜로운 이는 평범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잃고서야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지혜는 지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날이지만 후배를 만나니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한가로운 날, 친한 후배가 문득 생각이 나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자주 연락하던 사이었는 데 얼굴을 본 지가 꽤 되었다. 새해도 벌써 많이 지났지만 안부를 나누고 싶었다.


우정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돌보고 가꾸는 수고가 있어야 유지되고 자란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마음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이들을 만나서 사귀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지금 내게 가까운 이들을 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지혜로운 삶의 태도다.


 후배는 야간 근무를 하고 있어서 평일에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마침 밤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는 중이었다.  반갑게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함께 만나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싶었다. 지난 1년 동안 그가 골프를 배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며 점심을 함께 하고 사우나에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서려니 밖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번거로워졌다. 점심을 먹고 만나자고 계획을 바꿨다.


차를 가지고 나가려니 귀찮아서 후배에게 픽업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점심을 혼자 먹는 것이 싫었는지 우리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싶다고 했다. 반찬은 별 게 없었지만 흔쾌히 오라고 했다. 된장국과 몇 가지 반찬인데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부담 없는 사이란 이런 것이다. 예의를 갖추고 신경을 써야 하는 관계는 피곤하다. 허물없는 사이가 그래서 좋은 것이다. 더구나 정을 나눌 때 밥을 같이 먹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지 않은가!


예전에는 사우나에 자주 다녔었는데 최근에는 가보질 못했다. 코로나 여파 이후에는 아예 발길을 끊었었다. 후배는 내가 현역일 때 자신이 많이 받았다고 세신 비용까지 내주었다. 세심하고 고운 마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목욕탕에 들어서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한증막에서 몸을 데운다. 몸을 불려야 세신 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숨이 턱 막히는 공간에서 땀을 흘리고 찬물로 몸을 씻고 냉탕으로 직행한다. 첫 느낌은 아찔하지만 온몸을 냉탕으로 입수하면 차가운 섬뜩함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상쾌함을 제대로 만난다. 열기는 체온을 오르게 하지만 기운을 저하시킨다. 하지만 냉수는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몸을 긴장하게 한다. 이런 기분 전환은 뜨거움을 겪어야 맛볼 수 있다. 이는 삶의 여정과 많이 닮아있다. 만약 순탄한 삶이 매일같이 이어지면 그 소중함은 저절로 잊힌다. 적당한 어려움을 만나야 평안이 지니는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찬물에서 추위가 느껴질 때면 이번에는 온탕에 입수한다. 온탕이 주는 따스함이 온몸을 감싼다. 아늑하고 편안하다. 이것 또한 냉탕을 맛보았기에 누릴 수 있는 감각이다. 온탕에서 15분 정도를 머물면 나도 몰래 기운이 빠진다. 다시 냉탕으로 향할 시간이다. 이렇게 냉온탕을 반복하면 혈액순환이 증대되고 몸이 깨어난다.


충분히 몸을 불려 세신사에 몸을 맡긴다. 고급 세신이라 마사지가 뒤따르고 머리도 감겨준다. 때때로 이런 호사를 누릴 필요가 있다. 나를 위한 선물이고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다. 자신을 소중히 하고 존중하는 일은 자신감을 기르는 일이다. 남에게 몸을 드러내는 불편함이 있지만 온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어내는 청결함이 마음을 새롭게 한다.


온몸을 씻고 나서 밖에 나오면 상쾌함은 배가된다. 몸이 가볍다. 몸을 정결히 했기에 기력도 솟고 마음도 신선하다. 하루가 행복하려면 목욕을 하면 된다고 하는 데 맞는 말이다.


뜨거운 밀크티를 마시며 마무리하는 시간, 하루가 특별해졌다. 별 것 아닌 작은 일들이 단조로운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 같은 길을 매일 걷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고 활력을 얻게 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때때로 이런 이벤트가 필요하다. 우정을 나누며 삶을 새롭게 하는 이런 순간들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몸이 개운해서 밤에 잠도 잘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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