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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an 29. 2024

1초가 길다는 것을 체험해 보려면

프랭크 운동에 대한 이야기

기본 체력을 다지는 매일의 훈련은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연초에 반드시 해야 할 운동 목표를 세웠다.


헬스장을 찾아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배우고 훈련하려면 환경도 큰 역할을 한다. 그곳은 효율적인  운동기구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이 넘친다. 운동하기에 알맞은 분위기와 환경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시간 제약이 있어서 자유롭게 이용하기가 힘들다. 막상 운동하려고 하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의욕적으로 헬스장 티켓을 끊었다가 얼마 못 가서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선책도 있다.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운동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거나 의지가 부족하면 지속되기 어려운 단점도 지녔다. 나는 오랫동안 홈트레이닝을 했다.


올해 들어 훈련하기로 종목 중 하나가 프랭크다. 짧은 시간에 코어 근육을 기르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훈련은 아무 때나 아무 장소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시간도 겨우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아주 좋다.


프랭크는 어깨의 힘만으로 전신을 버티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놀라운 점은 1초가 얼마큼 긴 시간인지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시도하게  되면 30초를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의 프랭크는 이렇다. 먼저 거실에 엎드려 스톱워치를 켠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엎드려 자세를 취한다. 엉덩이를 들지 않고 등과 평행하도록 한다. 미동도 없이 처음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아주 평온하다.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다. 언제까지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충만하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고 짐작이 되어 시계를 보면 놀랍게도 30초도 안 흘렀다. 머리에 전등이 하나 켜진다. 갑자기 상황이 돌변한다. 여유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힘들다는 자각이 밀려든다.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다.  다리도 긴장 모드가 되어 힘이 들어간다. 흩트려지려는 몸을 부여잡고 평행을 유지하기 위해 엉덩이에도 더욱 힘을 줘야 한다. 자연스럽게 복부에도 긴장이 전달된다.


시간은 왜 이리 더디나! 초조한 마음에 시계를 보면 30초에서 겨우 10초가 지났을 뿐이다. 전신에 힘을 쏟다 보면 호흡도 덩달아 거칠어진다. 헉헉 거리며 참고 견디며 시계를 보면 1분도 안 지났다. 1초가 상상이상으로 긴 시간이라는 자각이 든다.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다른 한 편에서는 버텨야 된다고 아우성이다. 시간에 대한 생각을 멈추려 하지만 오히려 머릿속에는 온통 시간뿐이다.  얼른 시간이 갔으면 하는 간절함에 1초도 더디게 지나간다. 1분 20초가 되면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호흡도 더 가빠진다.


자꾸 시계에 눈이 간다. 이제는 의지와의 싸움이다. 스톱워치의 1초도 쪼개져 인식이 된다. 정해진  2분을  채우려면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까짓 것도 못 버티나  하는 독한 마음을 다져 먹는다. 마침내 2분이다.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몸이 푹 쓰러진다. 온몸을 땅에 밀착시키며 가쁜 숨을 몰아 쉰다. 1회가 끝났다. 겨우 2분인데도 엄청 긴 시간을 지나온 것 같다. 5분쯤 휴식하고 다시 도전이다.


두 번째는 조금 더 힘이 든다. 힘든 자각 타임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또 버틴다. 좀 더 수월하게 하려면 처음 할  때  2분을 경과하고 좀 더 버텨내는 것이 좋다. 두 번째에 2분을 채우지 않고 마치기 위함이다.


그렇게 2회를 마친다.

힘이 들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다. 작은 성공이 주는 기쁨이다. 삶의 활력을 누리려면 작은 성공을 자주 맛보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자리를 정리  정돈하는 것 같은 작은 성취감 말이다. 프랭크는 당장 표시는 나지 않지만 꾸준히 하게 되면 견뎌내는 시간도 늘게 되고 덩달아 코어근육도 생긴다. 건강은 부지런히 자기 몸을 괴롭힐 때 얻는 결실이다. 오늘도 괴로움을 기쁨으로 맞이한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 오늘의 값진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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