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했던 친구와 점심 약속으로 북서울 꿈의 숲 공원에 갔다. 미세먼지가 미진하게 남아있지만 비교적 맑은 하늘이다. 한동안 춥더니 오늘은 기온이 꽤 올랐다. 잎을 다 떨군 산수유 가지마다 꽃눈이 부풀어 금방 꽃망울이 터질 듯하고 황금 버드나무의 늘어진 가지들이 노란빛으로 주위를 물들였다. 두꺼운 옷이 부담스럽지만 바람에는 찬기운이 담겨 선뜻 벗을 수도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거의 봄이다. 춥지 않아 좋지만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사실 앞에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산수유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의 호숫가 정자에는 비둘기들이 해바라기를 하며 졸고 있고, 수많은 가지가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황금 버드나무는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산수유는 나목이지만 가지 끝마다 꽃눈이 달려 금방 꽃을 피울 것 같다. 포근한 날씨에 소풍을 나서는 마음이 든다.
들뜬 기분으로 벗을 만나 안부를 나눈다. 반가움에 정이 새록새록 돋는다. 건강과 새로 시작하는 일 같은 주변이야기와 가족들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점심 식사를 했다. 정담이 곁들여진 식사는 만족이 덤이다. 식사 후에는 공원을 돌며 여유로운 산책이 이어진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풍경을 만난다. 늙고 병든 개가 힘든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저절로 관심이 간다. 털이 부스스해서 윤기가 없다. 그런데 자세도 조금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뒤틀려 있다. 그래도 한 걸음 한걸음을 걸어갔다. 강아지 유모차를 끌며 할머니가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른다. 할머니도 역시 똑같이 노쇠했다. 그분도 역시나 걷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그렇게 늙은 개와 할머니는 평범하지 않은 산책을 하고 있다.
충성으로 온전히 사랑을 주던 반려견과 행복했던 시절이 가고, 주인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싶지만 자신도 늙고 병들었다. 그래서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남은 시간은 그저 바라볼 뿐이다. 노년에 홀로 지낸다는 것은 외로움을 안고 사는 길이다. 반려견은 사람이 주지 못하는 사랑을 아낌없이 베푼다. 그런데 개의 수명이 짧아서 행복했던 순간은 속절없이 사라지고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사람과 개가 함께 늙고 병들어 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언젠가 누구나 맞을 수밖에 없는 노년의 모습이다.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고, 후회 없는 사랑을 하리라고 마음에 다짐을 하며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