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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노래하다
저 한겨울의 푸른 솔처럼
한겨울의 시
by
정석진
Dec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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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없이 따귀를 얻어맞은 듯
세찬 바람이 아프게 휘몰아친다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바쁜 이들,
단련된 얼굴은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맨손은 참을 수 없어
주머니를 파고든다
도심 길거리에서
거추장을 지워 버린 나목은
애처롭게 바람 따라 흔들리는데
맹추위에도 여전한 솔잎은
꼿꼿한 기개를 품고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꽁꽁 언 땅이라도
깊게 뿌리를 내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가 되어
가장 최소한의 활동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끈질기게 삶의 소망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의연함
때로는 우리도 저 나무들처럼
거칠 것 없는 광야에서
매서운 찬바람 앞에 서야 하고
온몸으로 견디는 때가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견디기 어려운 고난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자비 없는 거친 칼바람에도
당당히 기품을 잃지 않는
저 한겨울의 푸른 솔처럼
#시 #겨울 #바람 #소나무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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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진
평범 속에 깃든 특별함을 사랑합니다. 늘 푸른 청년의 삶을 꿈꾸며 에세이를 쓰고 시를 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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