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Dec 23. 2023

저 한겨울의 푸른 솔처럼

한겨울의 시

사정없이 따귀를 얻어맞은 듯

세찬 바람이 아프게 휘몰아친다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바쁜 이들,

단련된 얼굴은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맨손은 참을 수 없어

주머니를  파고든다

도심 길거리에서

거추장을 지워 버린 나목은

애처롭게 바람 따라 흔들리는데

맹추위에도 여전한 솔잎은

꼿꼿한 기개를 품고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꽁꽁 언 땅이라도

깊게 뿌리를 내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가 되어

가장 최소한의 활동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끈질기게 삶의 소망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의연함


때로는 우리도 저 나무들처럼

거칠 것 없는 광야에서

매서운 찬바람 앞에 서야 하고

온몸으로 견디는 때가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견디기 어려운 고난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자비 없는 거친 칼바람에도

당당히 기품을 잃지 않는

저 한겨울의 푸른 솔처럼

#시 #겨울 #바람 #소나무 #인내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져 가는 것은 슬픔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