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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Feb 11. 2024

설날에 뭐 드시죠?

아내의 요리가 선사하는 풍성한 설날

설날을 맞아 음식을 따로 장만하는 일은 명절이 주는 특별한 일이다. 차례를 지내지 않기에 격식에 따른 준비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위주다.

아침의 인왕산

옛날에는 먹을 게 변변치 않았다. 명절이 되어야 평소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명절이 기다려지고 즐거운 이유였다. 하지만 요즘은 명절이라고 특별할 게 별로 없다. 평소에 워낙 잘 먹고 있으니 말이다. 가짓수가 많아진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양가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찾아 뵐 일도 없는 지금은 명절이 더 단순해졌다. 쉬는 날이 늘었다는 것이 차이라고 할까? 아내는 직장을 오가며 경동시장에 들러 이것저것을 사 오고 있다. 그래도 설날이라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내용은 별 게 없다.


홍어무침은 해마다 빼놓지 않고 산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홍어무침은 도라지와 무말랭이와 오이가 홍어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잘 어울린다. 거기에 미나리의 향긋함과 싱싱함이 더해지면 풍미가 더해진다. 대부분 직접 요리를 하지만 홍어무침은 예외다. 몇 번 조리를 했지만 사다 먹는 맛을 내기가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꼬막도 산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꼬막은 물에 데쳐서 바로 까먹는다. 기본적인 나물도 가지를 더한다. 처가에서 가져온 죽순이 식탁에 오른다. 꽁꽁 얼린 삶은 죽순을 해동하여 기름에 볶는다. 식감이 아주 좋다. 도라지나물도 있다. 죽순과 비슷하게 요리를 한다. 시금치도 빠질 없다. 겨울에 맛보는 시금치는 아주 달다. 참기름에 무쳐 놓으면 저절로 젓가락이 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육전과 돼지갈비다. 요즈음은 유튜브에 요리에 대한 다양한 레시피가 올라온다. 이번 돼지갈비는 오렌지 주스를 이용하여  잡냄새를 잡고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더하는 조리법으로 정했다. 뭉근하게 오래 요리를 해서 고기가 아주 부드럽다. 잘 먹는 것을 보니 입 맛에 맞나 보다. 육전은 육전용으로 잘라놓은 소고기를 사다 계란을 둘러 기름에 부친다. 따뜻할 때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당연히 환영받는다. 쪽파 겉절이에 곁들이거나 식초를 더한 간장에 찍어 먹는 데,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딸아이가 명절이면 찾는 음식이 산적이다. 평소에는 튀긴 음식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명절에는 그런 음식이 당기는 모양새다. 나와 아내는 인스턴트식품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먹을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명절에 먹는 특식이다. 산적에는 햄과 게맛살 그리고 단무지와 쪽파를 끼워 부침가루에 묻혀 지져낸다. 아내가 내게 특명을 내려 산적을 꼬치에 꿰는 일을 맡겼다. 쪽파가 워낙에 가늘어 꿰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꼼꼼한 부엌일을 의외로 잘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쪽파를 다듬는 일같이 단순 반복적인 일들을 쉽게 해낸다. 그래서 아내가 늘 맡긴다. 줄을 맞추어 햄 하나에 게맛살 하나 그다음에는 쪽파를 끼우는데 가늘고 길어서 모양도 균형도 맞질 않았다. 처음에는 두 개 정도를 끼우고 길이는 가위로 잘라서 맞췄는데 모양도 별로였다. 기지를 발휘해서 자르지 않고 접어서 다시 줄기를 끼워 길이를 맞추었더니 색감도 살고 모양도 괜찮았다.


내가 좋아하는 동태포 전도 있다. 부드러운 생선살이 일품이다. 표고버섯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계란을 둘러 부쳐내는 데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식혜도 빼놓을 수 없다. 엿기름을 사다 직접 만든다. 생각보다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오랜 시간 동안 밥을 삭혀야 하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먹는 시원하고 달달한 식혜는 한방에 감초처럼 명절에 꼭 필요한 음식이다.

설날 한 상

전 부치는 일은 딸아이가 주로 했는 데, 이번 명절에는 감기가 심해서 아내가 아침부터 일사천리도 혼자 해냈다. 식혜는 밤 사이 해놓았지만 나물도 한자리에서 뚝딱 해치웠다. 주부 10단의 내공이 빛을 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돼지갈비와 꼬막을 요리했고, 나의 최애 음식인 봄동 겉절이가 막판에 추가되었다.


설날 아침에 사골국물에 양지를 듬뿍 넣어 끓여낸 떡국과 미리 준비한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즐겼다. 요즘에는 간편하게 먹는 것이 대세다. 정히 먹고 싶으면 배달을 시키면 안 되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아내는 음식 대부분을 손수 장만한다.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엄지 척이다. 그 모습에 아내도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직접 하는 요리에 맛도 좋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아내의 수고와 사랑에 즐겁고 풍성한 설날이다.


#설날 #요리 #산적 #떡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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