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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Feb 18. 2024

봄을 만나러 가세나

숲으로 찾아가는 봄나들이

숲길을 걷는 유익을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닫고 나서는 산책이 더 쉬워졌다. 중요성이 귀찮음을 이긴 것이다. 산책이 좋다는 것을 모를 리 없지만 과학적인 근거와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확신의 글이 분명한 동기를 불러일으켰다. 좋은 책이 선사하는 선한 영향력이다. 사실 많이 걸었던 덕유산을 다녀온 뒤라 집에서 쉬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아내를 위해서 근처의 의릉을 가서 걷기로 했다.

의릉

거주지 근처에 숲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감사하게도 지근거리에 조선 왕릉인 의릉이 있다. 관람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소액에다 거주민들에게는 할인도 해주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릉 자체가 숲에 둘러 쌓여있지만 걷기에 더 좋은 점은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린 소나무 묘목들을 너른 광장에 빼곡히 심어 놓을 때는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나무들이 쑥쑥 자라나서 아주 아름다운 숲이 된 것이다. 황량하게 느껴지던 풍경이 울창해진 숲으로 탈바꿈했다. 나무를 심는 것처럼 확실히 달라진 미래를 볼 수 있는 일도 없는 것 같다. 그것도 기대이상의 아주 멋진 모습으로 말이다.

매화

미세먼지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지만 걷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기온도 많이 올라서 양지를 걸을 때는 포근하기까지 하다. 실내에 머무는 것보다 확실히 햇볕을 쬐며 걷는 것이 백 번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나무 숲을 가는 길에 나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걷는다. 봄소식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겨우내 맨 몸으로 인내하며 봄을 준비한 나무들의 지혜가 바로 잎눈과 꽃눈이다. 매서운 겨울이 있지만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는 것을 희망하며 가지마다 꿈들을 주렁주렁 달아 놓는 것이다. 희망이 선명할수록 인내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매화

확실히 나무 가지마다 눈망울이 부풀었다. 가장 부지런한 것이 매화다. 그래서 매화를 맨 먼저 찾아보았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다. 새초롬하게 부푼 꽃망울이 숨이 멎도록 매혹적이다. 붉은빛이 감도는 꽃을 품은 자태가 경기 직전의 출발선의 긴장감을 지니고 있다. 하루 이틀이면 바로 꽃을 피울 것 같다. 너무 앙증맞고 귀엽다. 제일 먼저 꽃이 피는 것을 목도하는 감동을 맛보고 싶다. 잊지 말고 반드시 다시 찾아 꽃을 만나보리라!

산수유

이뿐 아니다. 산수유도 꽃눈이 통통해졌다. 샛노란 꽃술이 속눈썹처럼 살포시 눈을 떴다. 오히려 매화보다 먼저 필 것 같다. 서로 먼저 피려고 경쟁하는 것 같아 공연히 즐겁다. 금빛 햇살의 미소를 머금고 세상을 환히 밝히고 있다. 가지 끝마다 조록조록 달린 수많은 꽃눈이 나무 전체를 샛노랗게 물들일 차비를 단단히 갖췄다.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참죽나무가 선사한 것이다. 햇살이 좋은 벤치에 앉아서 발견했다. 참죽나무의 꽃은 평범하지만 씨앗을 단 꼬투리는 특별하다. 마치 종이로 접은 조화와 꼭 닮았다. 그것도 한 송이가 아닌 무더기다. 따로 떼놓고 보면 잘 만들어진 브로치 공예품이다. 바로 상품으로 출시해도 될 것 같다. 참으로 경이로운 자연이다..

참죽나무 꼬투리

바람과 햇살에도 봄이 담겼다. 차가움이 느껴지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햇살은 참으로 따스하다. 사람들의 몸도 저절로 봄을 느끼는 것 같다. 마음이 들뜨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아기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와 딸이 잔디밭에서 함께 노니는 모습이 참 한가롭다.


사계절 중 봄이 가장 좋다. 생명이 움트는 새로운 시작을 몸과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깨어날 때 우리의 몸도 함께 기지개를 켠다. 우리도 자연의 일원이다. 봄이 오면 기대와 소망이 샘솟는 것은 그런 연유에 있다. 점점 짧아지는 봄을 낭비하지 않고 맘껏 누리고 싶다. 게으름을 깨치고 부지런히 자연을 찾아 발품을 팔 것이다. 찾아 나서는 이에게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기꺼이 선사할 테니 말이다. 꽃들이 그립다. 어서 피려무나!


#봄 #산책 #꽃망울 #매화 #산수유 #참죽나무 #개화 #꽃망울 #의릉 #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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