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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Feb 29. 2024

서울의 숨은 명소-인왕산숲속쉼터

인왕산 숨은 명소를 찾아가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도서관은 꿈의 동산이다. 마음대로 책을 골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방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책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설렌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듯 부자가 된 느낌이다. 그곳에는 여유로움과 평안함도 머물러 마음의 빗장도 풀 수 있다. 인테리어를 세심하게 신경 쓴 장소라면 더 바랄 게 없다. 환경이 주는 따뜻하고 밝은 공간은 다단한 세상 일을 잊게 하고 책의 세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요즘 지자체에서는 소규모 도서관 개관이 붐이다. 특색을 갖춘 개성 있는 공간 연출과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사람들을 반긴다.

인왕산숲속쉼터

광화문 뒤편에는 인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산은 높지 않지만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있고 산세가 평범하지 않고 단아한 기품을 지녔다. 그 숲 속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열람실을 갖추고 도서도 비치되었으니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정확한 명칭은 인왕산숲속쉼터다. 원래 초소로 쓰인 군사시설을 시민들의 쉼터로 꾸몄다. 목조로 아담하게 지은 건물은 모던한 세련미가 있다. 질박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건축상을 수상했다. 주변 경관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 밑에서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비밀의 장소처럼 꼭꼭 숨어있다. 콧대도 높아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없다. 반드시 산을 걸어 올라가야 알현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은 수성동 계곡을 지나 산 중턱에 있는 더숲초소책방을 찾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산을 오르는 데크 계단을 만난다. 산 정상을 향해 이어지는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한양도성순성길의 성벽에 이른다. 그 산마루 바로 아래에 터를 잡았다.


인왕산숲속쉼터는 이름대로 숲 속에 폭 안겨있다. 알루미늄 철제로 만든 통로를 따라 건물을 끼고 돌아가면 입구가 나온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을 만난다. 전면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나무들 너머로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똑똑히 보인다.

장소가 그다지 넓지 않아 아늑하다. 많은 이들이 머물 수 없기에 않아 단출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안쪽에는 책이 꽂힌 작은 서가가 있고 중앙에는 전면을 향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긴 책상을 배치했다. 그 앞으로는 개인용 의자가 놓였다. 당연히 앞자리가 최고의 좌석이다. 부지런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나도 한참 기다렸다가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좁은 실내지만 사방이 유리창이어서 답답한 느낌은 하나도 없다. 겨울이라 창밖 풍경이 다소 썰렁하다. 지금은 나목들이 쓸쓸한 느낌을 주지만 신록이 넘쳐나는 계절에는 풍경에 매혹되어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숲의 내밀한 품에  안겨 책도 읽고 자연도 즐길 수 있어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최고의 장소에서 독서하는 기쁨을 누린다. 책을 읽다 가끔씩 눈을 들어 자연을 마음에 담는다. 마음 편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면 더 좋았겠지만 차를 가지고 오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이곳은 가능하면 자연인이 되어 간편하게 오는 것이 좋겠다. 신경 쓸 게 없어야 자유롭다. 세상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얽매이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산이 푸른 옷을 입는 봄날에 다시 한번 찾고 싶다. 그때는 하루 종일 머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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