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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02. 2024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 올림픽 게임

우리나라의 배드민턴 혼합복식경기가 보여준 감동

올림픽을 열혈 시청 중이다. 며칠을 밤새웠더니 입술마저 붉혔다.

에구머니나!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 선수들의 다이내믹한 파이팅에 시답잖은 애국심까지 발동한 결과다.

요사이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아주 즐겁다. 특히 펜싱에서 보여주는 화끈 승리는 무더위가 주는 후덥지근함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마치 얼린 차가운 사이다 같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선수들의 투지가 나의 피를 끓게 한다. 가슴 졸이는 조마조마한 승부는 차라리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 펜싱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그런 화끈함이 내 성격과도 맞은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경기하는 게 가장 보기 싫은 장면이다.

어제도 어김없이 새벽녘까지 시청을 했다. 원래는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낮에 마신 카페라테 한 병으로 잠이 멀리 숨어버렸다. 낮에 골프 라운딩으로 분주했고 운동을 마치자마자 합창단 연습을 해야 했다. 합창 후에는 회식이 있어서 늦게 집에 돌아왔다. 피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밤새워 시청하게 된 것이다.

올림픽 경기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여자기계체조를 보면서 그녀들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과 감탄이 이어졌다. 근력과 담력이 필요한 고난도의 연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미국의  시몬 바일스 선수가 보이는 탁월한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우리나라 도마 선수인 여서정도 뛰어난 선수지만 그녀가 존재하는 한 금메달을 따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을 보니 어느새 어슴프레 동이 텄다. 새벽이 밝아오는 시각에 경기에 매료되었다. 우리나라 선수끼리 맞붙은 혼합복식 배드민턴 게임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선수들끼리 혈투를 벌여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다. 경기에 임하면 친분과 무관하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은 최선을 뛰어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서승재

서승재 채유정 조와 김원호 정나은 조가 그들이다. 혈투를 벌이는 바람에 모두 지쳤지만 서승재 선수는 남자 복식을 뛴 후라 체력의 부담이 가장 컸을 것이다. 메달을 많이 따는 것도 좋지만 보호차원에서 선수들이 혹사당하지 않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고 본다. 전적상으로 그간 서승재 채유정 조가 압도적인 우위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김원호 정나은 조는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매 라운드가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자국 선수들끼리  준결승전에서 모든 기력을 소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드는 경기였다. 그래서 풀세트까지 가지 않고 승부가 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공격을 위주로 하는 남자 선수는 여자 선수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더 심하다. 워낙 치열한 경기다 보니 김원호 선수는 메스꺼움을 느끼고 구토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고 금방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경기를 중단해야 하지 않나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친 것은 서승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끝까지 공방전을 이어갔고 거의 승기를 잡았던 서승재 조가 김원호 조에 지고 말았다.

드라마 같은 명승부였다. 불굴의 정신을 눈으로 보는 감동을 맛보았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런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금메달로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영웅이다. 세계인들에게 스포츠 정신을 상기시키는 혼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의 건강과 선전을 빈다.

김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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