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온 나라가 푹푹 찌는 날 시골집을 찾았다. 교회 수련회로 다섯 부부가 충북 음성에모였다.
휴가철이라 서울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피서객듵 대부분은 바닷가를 찾아 강원도로 피서를 떠난다. 그래서 영동고속도로 갈림길을 지나고는 비교적 수월하게 음성에 도착했다.
은퇴 후 촌집을 건사하며 지내온 분의 시골집은 마당에 잔디가 깔린 한옥으로 정자도 있고 별채도 있어 넉넉한 공간으로 다섯 부부가 지내기에 충분했다.
잔디빝에 그늘막을 설치했고 선풍기도 여러 대를 구비해서 폭염에도 지낼만했다. 담장 울타리에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기운차게 꽃이 피었다. 범부채와 비비추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태를 뽐낸다. 더운 것이 여름에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꽃이 말하는 듯하다.
비비추
범부채
그늘막 아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달콤한 복숭아를 입에 물며 한여름맛을 즐긴다. 꼭 유명 휴가지를 찾을 필요는 없다. 한적한 시골을 찾아 제철 과일을 음미하며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그러다 배고프면 찐 옥수수를 먹는다. 입이 즐거우면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이곳에서 진객을 만난다. 서울에서는 자취를 감춘 제비가 창공을 바삐 난다. 하늘에서 행사가 있는 듯 제비 떼가 빼곡하다. 가만 보니 올여름에 태어난 어린것들이 강남으로 가기 전에 비행훈련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날다가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쉬곤 한다. 이곳의 생태가 살아있음을 보는 것이 즐겁다. 제비는 집짓기 위해 재료를 모울 때만 땅에 앉고 대부분은 공중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을 나는 모습이 아주 날래고 경쾌하다.
저녁은 토종닭을 푹 고아 닭백숙으로 몸보신할 요량이다. 꽤 큰 닭이 세 마리나 되어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백숙 마무리에 닭죽이 빠질 수 없다. 찹쌀을 풀어 부드럽고 고소한 죽을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식후에는 큰 수박을 반으로 갈라 큼지막하게 썰어서 입안 가득 베어문다. 배가 부르지만 수박은 사양하기 어렵다.
그렇게 만삭이 다 된 배를 두드리며 힘들다 아우성이다.
식탐이 무섭다. 그 앞에는 절제가 힘을 쓰지 못한다. 가끔은 무방비로 적에게 굴복하는 것도 삶의 맛이다.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이다. 지금은 더위가 힘들지만 추운 겨울이 오면 한여름의 열기가 그리워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눈부신 햇살과 파란 하늘 그리고 흰 구름 그리고 흘러내리는 땀과 이로 인해 차가운 물이 주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