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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Sep 23. 2024

특별한 제주도의 아침 2

비 내린 뒷날 제주도의 해 뜨는 아침을 소요하다

제주에서 일출을 맞는 기쁨을 만끽한 아침이었다. 전날 늦잠으로 미진한 아침을 보낸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다음 날은 작정하고 일찍 일어났다. 밤 사이 비가 내렸다. 자다 빗소리에 잠을 깰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다행히 해 뜰 무렵에는 날이 갰다.

비맞은 동부꽃

날씨의 변화가 서울만큼이나 이곳도 심하다. 창밖에 빗방울을 머금은 풀꽃들이 싱그럽다. 사람도 화장을 하면 아름다움이 더하듯 비가 내려 얼굴을 정하게 씻고 물방울로 치장을 해서 청초하다. 든든한 이가 곁에 있으면 절로 힘이 나듯 비는 식물들에게 절대적인 우군이다.

설거지를 마치고 정갈하게 정돈한 부엌처럼 깨끗한 아침이다. 비로 씻긴 신선한 공기가 주위에 가득하다. 먹구름을 몰아낸 하늘에는 푸른빛이 쨍쨍하다. 환한 풍경으로 즐거운 일을 기다리는 듯 마음이 들뜬다. 정결한 아침을 맞는다.

비의 자취가 소롯길에도 남아있다. 평소에 평평하게 보이 길이 빗물로 인해 굴곡진 자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물의 흔적이 실루엣으로 남아 어제와 다른 낯선 풍경을 선사해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는 길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발길이 저절로 움직인다.

떠오르는 아침 해가 찬란한 빛을 뿌린다. 자연 만물이 경건하게 빛의 은혜를 입는 시간이다. 빛은 실로 아름답다. 빛의 광휘를 입는 모든 것들은 새롭게 태어나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낸다. 강아지풀 위에 어 햇살이 금빛으로 출렁인다. 범한 것들이 햇살을 받아 특별해진다. 늘 속에서 부끄러운 듯 홍조를 머금은 백일홍도 살포시 자태를 보인다. 보일 듯 말 듯 은근히 보이는 것이 오히려 도발적이다. 나무들은 아침기도를 올리는 듯 고요히 서서 햇살을 받고 있다.

잔디밭에도 햇살이 어리운다. 멀리서 보면 푸른 풀인데 가까이 가보니 발랄한 꽃밭이다. 몰래 숨어서 숨죽이고 있는 듯 자잘한 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보랏빛 무릇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곳에 민들레를 닮은 노란 서양금혼초가 사이좋게  이웃하며 피어있다. 나 홀로 핀  화려한 꽃이 아름답지만 소박한 작은 꽃들이 어울 풀밭은 정이가고 더 사랑스럽다. 확실히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들꽃이다.

무릇과 서양금혼초

길가에  핀 으아리꽃이 순백의 빛을 뿜어낸다.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부의 화관으로 쓰면 너무나 잘 어울릴 꽃다발이 아침을 더욱 빛낸다.

으아리

나무와 돌과 풀과 나무 그리고 꽃들이 어우러진 곳에 아침빛이 더해져 경건한 풍경을 빚었다. 디를 둘러봐도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조금씩 지평을 넓혀가던 태양이 마침내 두둥실 떠올랐다.

로 누린 아침의 경이로운 시간이 흐른다.

아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넘치도록  풍성하게 누렸다.  눈물겹도록 아름다 잊지 못할 침이다.


#제주도 #아침 #아침산책 #햇살 #일출 #전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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