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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22.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14 Brea의 멋진 산책

아침 산책의 즐거움

그림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이 동네 산책로는 말 그대로다. 이른 아침의 산책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놀라움과 기쁨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의 9시간을 달려 LA인근 Brea에 있는 둘째 조카집에 도착했다. 한 나라가 대륙이기에 근교 도시라도 하룻길은 기본이다.  밤 9시가  훌쩍 지나서  조카사위와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 같으면 응당 기다릴 일이지만  개인주의가 생활화된 이곳에서는 자연스운 일일 것이다.


LA도심 야경을 보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려 잘 보이지 않지만 꽤 고급스러운 동네다. 도로도 널찍하고 녹지도 넓다. 이곳도 저녁 산책을 해도 안전해 보인다. 오는 도중 중간에 들렀던 시가지는 약간 겁이 나는 분위기였다.

자는 가족들을 깨우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이 층 단독주택으로 층고가 넓고 실내도 널찍하다. 12시가 다 되어 조카와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그저 간단하게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비교적 잘 잤지만 새벽녘에  깨다 자다 반복하다 이른 시각에 일어났다. 돋보기를 찾으려 살금살금 밖을 나갔다. 차에  두고 온 줄 알았는데 안경이 없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누이들도 나이가 들어선 지 물건을 찾는 일이 빈번하다. 핸드폰이 일 순위고 그다음은 안경이  순서다. 시시로 일어나는 다반사라 놀랍지도 않다.

조카 동네

나온 김에 집 주위를  둘러본다. 아침에 본 주택 분위는 저녁과 사뭇 다르다. 정갈한 주택단지다. 동네는 확실히 깨끗할 뿐 아니라 맘에 든다. 야자수가 많고 사이프러스도 자란다. 차를 돌보는 중인 미국인과 마주쳐 굿모닝 인사를 건넨다. 예의 바른 인사 곧바로 돌아온다.


집으로 들어가려다 조카사위가 개와 산책을 나온다. 처음 보았으니 나를 알아볼 리 만무다. 이웃인 줄 알고 눈인사로 지나친다. 조카사위는 한국어를 잘 못한다. 짧은 영어로 너의 외삼촌이라고 알리고 반갑고 행복하다고 말을 건넨다. 조카사위는 내향인이라 수줍어하며 악수를 나누고 곧바로 가버린다.

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지 핼러윈 장식도 정성이 남다르다. 공들여 만들어 놓은 유령들이 오싹하다.

산책로는 기대 이상이었다. 동네도 예뻤지만 산책로는 압권이었다. 잔디가 잘 다듬어졌고 수목들은 건강했다. 산책로가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산책로라기보다 정원에 가깝고 정성 들여 가꾼 수목원 같다.

희귀한 나무들과 꽃들이 우리를 반긴다. 걷는 길 내내 잔디밭이 이어진다. 잔디밭 사이로 부드러운 곡선의 산책로가 나 있다. 하얀 주택들과 짙은 녹색의 잔디 그리고 흰 수피를 가진 잎이 풍성한 나무와 꽃들이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한다. 아침 햇살을 받은 나무는 금빛으로 물들었다. 파란 하늘도 얼굴을 내밀어 깨끗하고 맑은 정경이 펼쳐졌다.

길가를 뒤덮은 덩굴식물에 흰꽃이 달렸다. 꽃수술이 보이지 않고 꽃잎만 보이는 카리사 자스민이다. 꽃이 청초하고 우아다.

누이들은 연신 감탄 중이다. 산책로가 예쁘다고 난리다. 관광지를 구태여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개와 산책 중인 현지인들이 많다.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오늘이 개 생일이라고 한다. 나도 웃으며 축하를 전한다. 노래도 불러 주었다. 개가 가까이와 손을 핥아서 쓰다듬었더니 개가 나를 좋아한다며 아줌마는 아주 즐거워했다. 참 사교적인 사람들이다. 나도 이들과 기질과 코드가 꽤 잘 맞다.

꽃이 만발한 곳에서도  지나가는 미국인이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을 건넨다. 나도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화답했다. 이곳은 산책로도 사람도 똑같이 아름답다. 만발한 꽃은 연한 남보랏빛  플럼바고와 주황빛 목능소화가 어우러져 화려한 꽃밭 뤘다.

플럼바고/목능소화

나무도 뒤지지 않는다. 순백의 수피를 지닌 키 큰 나무가 귀족적인 풍모를 풍기며 거리를 빛낸다. 아침빛과 어울려 매혹적이다.

잘 가꿔진 산책로를 충분히 즐겼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특별함이 없겠지만 이방인인 우리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다. 구경하고 사을 찍느라 바쁘다 보니 시간이 뚝딱 흘러간다. 짧은 아침 시간이 기쁨으로 가득 채워졌다.


#미국여행 #Brea #아침산책 #누이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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