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캬라반 캠핑과 조깅
이른 아침 달리기!
뭔가 결연한 느낌이 묻어난다. 내겐 뜬금없는 행동이다. 평소에 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러닝화가 있고 달리기 좋은 장소를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오늘 아침 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소속된 합창단 단원 중에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여러 번 초청을 받았었는데 지난주에야 참석했다. 감독님으로부터 바른 자세로 걷기를 배우고 트랙도 돌았다. 러닝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뛰었는데 이것을 보고 친한 후배가 오늘 러닝화를 내게 선물했다.
합창단 단원 몇 명이서 자라섬 캬라반 캠핑을 왔다. 평소 캠핑은 내게 인연이 없는 것이었지만 친구를 잘 둔 덕에 두 번이나 오게 됐다. 마침 꽃 축제 시기라 꽃구경은 덤이었다.
저녁 먹기 전 꽃 축제장을 돌아보았다. 오후 6시가 지나서 입장도 무료이고 관람객도 별로 없어서 꽃구경이 아주 여유롭다. 캠핑하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행사장 입구에 페튜니아로 뒤덮인 다리가 우리를 반긴다. 강안에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풍광이 더 운치가 있다. 초입의 만발한 꽃양귀비 길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레국화도 있지만 꽃이 많이 진 상태다. 수많은 꽃송이로 어디에 눈을 둬야 하는지 모를 정도다. 꽃양귀비밭이 끝나는 즈음 광장에는 각양 꽃들로 색채가 화려하다. 조망대가 조성되어 올라서서 보는 전망은 채색 비단처럼 선명하고 진한 색감이 물결을 이뤘다.
꽃양귀비에 더해 캘리포니아 양귀비와 끈끈이대나물 그리고 백합, 백일홍, 페튜니아, 펜스테몬까지 완전히 총천연색 꽃밭이다. 기대이상으로 잘 꾸며진 탓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곳은 울창한 산과 너른 강이 어우러진 곳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디나 자연이 머문다. 꽃구경 후에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불멍도 즐겼다. 그사이 하늘에는 보름달도 두둥실 떠올라 달빛이 환하게 빛났다.
깨끗하고 아늑한 캐러반에서 단잠을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에 나섰다. 새로운 조깅화를 신고 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 나설 때는 쌀쌀한 감도 있었지만 해가 길어진 탓에 중천에 뜬 해로 대낮처럼 환한 길을 달리니 시원한 바람이 쾌감으로 다가온다. 아침 숲과 고요한 강이 빚어낸 신선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좋은 러닝화로 발걸음도 편안해서 하루종일도 뛸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에 이미 돌아본 곳이지만 아침에 만나는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아침빛이 선사하는 눈부심은 부지런한 이들만이 맛볼 수 있는 선물이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 가득히 기쁨을 채운다. 마음도 덩달아 환해진다. 거칠어진 호흡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조차 기분이 좋게 느껴진다.
빛나는 유월에 꿈같은 순간을 누렸다. 체크아웃을 하고 탄 가평레일바이크는 더할 나위 없는 보너스였다. 자라섬의 유월은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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