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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기쁨

마라톤클럽 참여기

by 정석진

유행도 그냥 유행이 아니다. 거친 급류가 계곡을 넘실대듯 어디나 난리다. 달리기 열풍이 우리나라를 점령했다.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건 우리 주변에는 달리는 사람들이 도처에 눈에 띈다. 유행이라는 것이 그간 대부분 부정적인 뉘앙스를 많이 풍겼었는데 달리기 열풍은 아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트 러닝

나도 그 열풍에 동참했다. 아들이 먼저 달리기에 뛰어들었다. 아들은 혼자 시간이 날 때마다 뛰곤 했다. 아들도 나처럼 오래 달리기를 꽤 한다는 사실을 그전에 알고 있었다. 잘하는 것과 즐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래 달리기는 그다지 즐거운 운동이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이고 고통을 참아내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달려야 할 상황이 되면 구태여 피하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그런데 아들은 오래 달리기를 즐기는 것 같았다. 하다가 그만두겠지 하는 심정이었는데 아니었다. 외국에 여행을 갈 때도 러닝화와 조깅복은 반드시 챙겼다. 그만큼 진심이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뛰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결정적으로 달리기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합창단 식구들 덕분이다. 단원 중에 한 분이 마라톤 클럽활동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이 있다. 이 분은 마라톤 전도사로 만나는 이들마다 마라톤의 좋은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로 여러 단원들이 마라톤클럽에 동참하게 되었다. 나도 역시 여러 번 권유를 받았다.

합창단 마라톤 식구들

마라톤 클럽은 모여서 뛰는 것은 물론 감독님이 있어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일요일 새벽에 모여서 뛰는 데다 가입비도 내야 하고 필요한 용품을 새로 사야 해서 마음은 있지만 선뜻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마라톤 시합에 참가하면 참가비까지 낼뿐 아니라 경쟁도 치열해서 뛰고 싶어도 못 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내 몸으로 뛰는 데 왜 돈을 내가며 뛴다는 것인지...


그러다 친한 단원이 하도 여러 번 강권을 해서 맛보기로 마라톤 새벽모임에 가보게 되었다. 꼭두새벽부터 클럽에는 남녀 40명 정도가 모였고 그들은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었다. 구성도 흥미로웠다. 어린 자녀부터 온 가족이 참여하기도 하고 부부가 함께 뛰는 분들도 많았다. 심지어 자매그룹도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달리기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멤버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모든 이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다정했다. 달리기 하는 수준도 다양해서 초보라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그룹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감독은 바르게 걷기부터 가르쳤고 달리는 기본자세도 알려주었다. 무슨 일이든 올바른 가르침을 받으며 시작하는 것이 제대로 꾸준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덕분에 그때부터 바르게 걷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올바르게 걷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준에 따라 목표한 거리를 달리고 가지는 뒤풀이도 대단했다. 자원해서 섬기는 분들이 많아 먹거리가 넘쳐났다. 정이 듬뿍 담긴 아름다운 공동체였다.


첫날부터 거침없이 뛰었다. 오래 달리기가 내게는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클럽회원들은 너무 잘 뛴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나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힘이 많이 들었고 집에 와서는 너무 피곤했다. 그 여파도 한 주 내내 이어졌다. 무리를 한 것이다. 몸살까지 찾아와서 그다음 주에는 나갈 수도 없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마라톤 클럽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 페이스대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리하지 않고 속도를 줄여 천천히 뛰기로 했다. 거리도 욕심을 내지 않고 의욕 치가 아닌 적당한 거리를 뛰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뛰는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뛰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빨리 뛰든 천천히 뛰든 운동효과는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느긋하게 뛰다 보니 뛰는 것이 즐거웠다. 호흡도 가쁘지 않아서 긴 시간을 편안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젊음들과 함께 달리는 것도 아주 좋았다. 그들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달리기 하는 장소도 아주 맘에 들었다. 탄천과 남산공원은 달리는 이들이 넘친다. 달리기의 긍정에너지가 마구 풍겨 나온다.

달리기는 온몸을 쓰는 운동이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효율을 낼 수 있다. 마라톤의 장점에 대한 교수들의 유튜브 강의도 동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떤 동물보다도 가장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바로 사람이고 발바닥의 아치도 오래 달리도록 고안된 점이라는 사실이다. 평생 골골하던 그들이 마라톤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매일 10킬로를 뛰고 주말에는 30킬로미터를 뛰고 있다는 이야기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래서 나도 주말 클럽활동뿐 아니라 주중에도 뛰게 되었다. 가끔 아들과도 함께 뛰었다. 부자가 함께 뛰는 시간은 특별했다. 마음이 아주 든든하고 뿌듯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기를 마치면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땀을 식히는 시간은 즐거움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아내도 동참했다. 전에는 고관절이 좋지 않아 달리기라면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아주 천천히 걷는 수준으로 뛰게 했더니 아내도 곧장 해냈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딸도 러닝화를 생일 선물로 받고 함께 뛰기로 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온 가족이 함께 뛰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몸과 마음을 고양할 수 있는 달리기가 참 좋다. 이렇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기쁘다. 나도 이웃들에게 마라톤 전도사가 되었다. 달리기의 좋은 점을 설파했더니 이웃에 사는 합창단원이 함께 뛰겠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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