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소소한 감성

요사이 느끼는 자잘한 이야기

by 정석진

호기심이 많다보니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경우가 많다. 남들은 무심하게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가 봐도 여느 사람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별 것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특히 아내에게 그런 지적을 많이 받는다. 무엇인가 색다름을 만나게 되면그 느낌을 나누는데 아내는 시큰둥하는 반응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무언가가 새롭게 느낄 때면 혼자만 알고 지나치지는 않는다.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아무래도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내가 주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 귀찮아 할 때도 있지만 "정말 그러네" 공감해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이 다 무익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아내는 나로 인해 삶이 전에 비해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별로 관심이 없던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간 글을 꾸준히 썼고 사진 찍기도 좋아하고 시를 쓰려고 하는 마음들로 조금 더 계발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지속적인 독서도 나름 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평소 생활하며 마주치는 것들을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어디를 가든 주위를 돌아보며 관찰하기를 즐긴다.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관심을 쏟는다.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옷차림도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특이한 것들, 그 중 특히 아름다운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올겨울에 마음을 끄는 풍경은 이렇다. 사실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강변북로를 운전하는 길이다. 날은 춥다. 도로변 풀밭의 풀들은 누렇게 말라버렸고 낙엽들도 흩어져 있다. 그 위에 겨울 햇살이 쏟아진다. 왠지 모를 따뜻함이 전해진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다정한 위로가 느껴진다. 그리고 언 강물 주변에서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여기 저기 자리잡고 있거나 오가는 겨울 철새들에도 눈길이 머문다. 춥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든다.

풍경 둘,

눈 온 다음날 짬을 내어 외대운동장을 달린다. 운동장 트랙에는 눈이 남아 있고 눈사람이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그 때,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엄마가 운동장에서 노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차니 엄마는 집으로 어서 돌아갔으면 하는 눈치다. 그런데 아이는 그러고 싶지 않다. 신기한 눈사람이 있는 눈밭에서 더 놀고 싶은 것이다. 아이를 달래서 가려고 하지만 아이는 싫다. 울음소리가 퍼지고 떼까지 쓴다. 아이의 투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풍경 셋,

이것도 달리기 하다 마주친 정경이다. 달리면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일까? 한파가 몰아쳐 밖에 나가기가 두려운 날에 과감하게 달리러 나갔다. 집 근처 한예종으로 향한다. 중무장하고 뛰니 호흡도 가쁘다. 그러다 누군가 큰소리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투는 소리다. 어떤 아줌마가 숲 사이에 쪼그려 앉아서 전화를 들고 언짢은 대화를 하고 있다. 무엇을 하다 역정을 내는지 궁금했는데 다른 곳에서 알게 되었다. 길냥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다. 동물들에게는 한없이 선량하게 베풀고 있지만 사람에게는 별개로 고양이에게 베푸는 자비심은 없는 것 같다. 이중적인 우리네 삶의 민낯을 만나는 씁쓸한 기분이다.

정말 사소한 일들이지만 이렇게 마주치며 느끼는 소회들을 글이나 시로 쓰고 싶어진다. 마음은 항상 있지만 다 쓰지는 못한다. 이번에는 시조를 썼다. 첫 번째 풍경에서 만난 감정을 담았다.

세모에 / 정석진

시들은 풀잎 위에
마른 낙엽 쓸쓸해도

햇살이 보듬으니
강추위도 힘을 잃네

내일이 안갯속이라도
봄날로만 살았으면

겨울 서정 / 정석진

추위가 비수 같아
강의 낯도 흰 백지장

움츠린 억새 아래
동동대는 물새들아

춥다고 한탄 말아라
따스한 날 오리니

과연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특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유감이 있으니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일단 써보는 것이다.


#겨울 #감성 #소회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