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누립시다

우리 곁에 머무는 봄 붙잡기

by 정석진

오늘 아침은 정말로 상쾌하다. 날아갈듯한 기분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가기 싫었던 새벽 수영을 마지못해 끌려가서 힘든 한 시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느끼는 감정이다.


기상할 때부터 가뿐했으면 좋으련만 지난 일요일 남산 달리기를 조금 무리하게 했는지 근육통이 생겼다. 일어날 때 아픈 사람처럼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났다. 오늘은 수영장 가는 날이다. 마음 같아서는 가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아내의 채근이 무서워 끌려가는 심정으로 길을 나섰다. 가랑비까지 내려 마음은 더 가라앉았다. 평소 같으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 벚꽃을 보고 감탄을 하고 아내에게 예쁘다고 수선을 피웠을 텐데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가 꽃을 보고는 들뜬 마음을 내게 전한다.


수영장에서 늘 하던 대로 여전히 물을 먹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수영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이다. 숙제를 해낸 기분이랄까. 기분이 좋게 샤워를 하고 스포츠센터를 나섰다.


내리던 비는 그치고 하늘이 갠다. 덕분에 극성을 부리던 미세먼지의 자취도 사라졌다. 대기가 정갈해졌다. 아침 햇살이 비치고 길가에 늘어선 벚나무들은 온통 꽃송이로 뒤덮였다. 눈부신 아침이다.


운동을 마친 후련함에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벚꽃길을 걷는다. 순백의 꽃잎들 사이로 하늘빛이 파랗다. 긴 잠을 자던 나무들도 깨어난다. 사철나무 우듬지에 진초록 새잎들이 앙증맞고 쾌활하다. 아침이라 쌀쌀한 바람일 텐데 정신을 바로 세우는 총기 있는 바람이다. 내 몸의 상태에 따라 자연은 다르게 다가온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때 감각세포는 예민해진다. 꽃은 더 아름답게 보이고 평범한 바람조차 다르게 느껴진다. 약동하는 자연과 생동하는 봄을 온전히 누리게 된다.

오늘은 합창단원들과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가기로 했는데 아쉽게 무산이 되었다. 진한 봄을 맛보려 했는데 유감이다. 하지만 세상에 길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수영장에서 알게 된 분이 멋진 문을 열어준다. 창덕궁 홍매화를 만나러 간다.


활짝 핀 벚꽃도 며칠 못 가서 지고 말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지금 여기가 우리의 전부다.

아름다운 계절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봄을 즐기러 나가자.


#봄 #운동 #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