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가질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마치 내가 다 가진 사람 같은데, 한편으로 맞는 면도 있고 세상 기준으로는 전혀 아닐 수도 있겠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분야는 건강이다.
중반을 넘어선 지금의 나이에 건강을 놓고 본다면외적으로는 다 가진 듯 보인다. 큰 병을 앓는 것도 없고, 키에 비해 몸무게도 적당하고 근육도 부족하지 않고 지구력도 있는 편으로 아주 건강한 축에 속한다. 다른 이들로부터 심심찮게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간 꾸준히 몸을 관리해 온 결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 1 순위가 어딘가 아프다는 나의 푸념이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엄살을 많이 떤다.외양만 그럴 듯 하지 부실해서 자잘한 면들이 좀 있다. 최근에 속 쓰림이 가장 큰 괴로움이다. 젊었을 때부터 위가 좋질 않아 매 년마다 위내시경은 필수로 검사한다. 만성 위염에 역류성 식도염이 겹쳐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제일 큰 어려움은 눕고 싶어도 마음대로 누울 수가 없다. 눕기만 하면 위산이 역류되어 그야말로 속이 탄다. 잘 때 이외에는 눕기가 힘드니 좋은 면도 없지는 않지만 낮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뒤집어져 일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자면서도 자주 깬다. 희한하게도 좀 나은 듯하다가 심해지는 것이 아주 고질병이 되었다.
원인을 따져보면 폭식과 늦은 야식이다. 젊었을 때 먹는 것이 워낙 부실했고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인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엄청 말랐고 먹는 것에 흥미가 별로 없었다. 그 당시 너무 빈약한 외모가 하나의 콤플렉스였다. 그러다 결혼 이후에 체중이 늘면서 식탐이 생겨났다. 예전에 못 먹은 것을 벌충하려는 듯 저녁을 먹고 난 이후에도 먹을 것을 계속 찾는다.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좋게 여긴다. 그런 사고가 잠재해 있으니 먹는 것을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이유 한 가지는 선천적으로 위와 식도를 조절하는 괄약근이 약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면 특별한 진단도 없다. 몇 마디 증상을 이야기하면 다 알고 있다는 듯 바로 처방이 떨어진다. '한 달 복용하세요. 밀가루 음식과 커피를 피하시고 저녁 식사 후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말고 먹자마자 누우시면 안 됩니다.' 레퍼토리가 정해진 이야기를 듣는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증상인 게다. 주위 사람들과 내 이야기를 하면 자신도 그런 상황이라며 나름의 처방을 하나씩 내놓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속 쓰림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다.
산수유
이 번에도 한 달 약을 받아오면서 주의 사항을 지켜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다짐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진다. 중국집에 가야 할 상황도 생기고 커피도 마셔야 하고, 잘 참다가 저녁 식사 후에 과일이나 다른 간식이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요번 한 번만 먹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뭐..'
하면서 사고를 친다.
결국은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먹는 것에 특히 의지가 약하고 그 방면에는 마음이 그렇게 후한지 의아하다. 아마도 근본적으로 나는 먹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잠재의식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과거의 말랐던 내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평소 지론이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인데도 트라우마처럼 새겨진 사고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병원에서 고칠 수 없었던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찾아가며 치유하고 널리 알린 치료 방법이다. 이번 기회에 나 자신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치료를 해보고자 하는 다짐을 한다. 기본적인 것을 준수하고, 먹는 양을 줄이며, 여유 있게 천천히 먹어야겠다. 피해야 할 음식들을 가려가며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음식들은 꾸준히 찾아 먹는 노력도 기울이겠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고 돌보아야 할 이도 바로 나 자신이다. 몸이 불편해서 신호를 보내는 데 무시하고 지나가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늘 좋은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과 몸은 둘이 아닌 하나다. 속을 잘 살피고 돌보는 노력을 다하여 속 편한 그날을 꼭 만나야겠다. 이 번 봄에 맞춰 나도 역시 새롭게 태어나는 봄을 맞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