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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18. 2023

속 편한 봄을 꿈꾼다

역류성 식도염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다

사람은 다 가질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마치 내가  가진 사람 같은데, 한편으로 맞는 면도 있고 세상 기준으로는 전혀 아닐 수도 있겠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분야는 건강이다.


중반을 넘어선 지금의 나이에 건강을 놓고 본다면 외적으로는 다 가진 듯 보인다. 큰 병을 앓는 것도 없고, 키에 비해 몸무게도 적당하고 근육도 부족하지 않고 지구력도 있는 편으로 아주 건강한 축에 속한다. 다른 이들로부터 심심찮게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간 꾸준히 몸을 관리해 온 결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 1 순위가 어딘가 아프다는 나의 푸념이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엄살을 많이 떤다. 외양만 그럴 듯 하지 부실해서 자잘한 면들이 좀 있다. 최근에 속 쓰림이 가장 큰 괴로움이다. 젊었을 때부터 위가 좋질 않아 매 년마다 위내시경은 필수로 검사한다. 만성 위염에 역류성 식도염이 겹쳐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제일 큰 어려움은 눕고 싶어도 마음대로 누울 수가 없다. 눕기만 하면 위산이 역류되어 그야말로 속이 탄다. 잘 때 이외에는 눕기가 힘드니 좋은 면도 없지는 않지만 낮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뒤집어져 일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자면서도 자주 깬다. 희한하게도 좀 나은 듯하다가 심해지는 것이 아주 고질병이 되었다.

원인을 따져보면 폭식과 늦은 야식이다. 젊었을 때 먹는 것이 워낙 부실했고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인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엄청 말랐고 먹는 것에 흥미가 별로 없었다. 그 당시 너무 빈약한 외모가 하나의 콤플렉스였다. 그러다 결혼 이후에 체중이 늘면서 식탐이 생겨났다. 예전에 못 먹은 것을 벌충하려는 듯 저녁을 먹고 난 이후에도 먹을 것을 계속 찾는다.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좋게 여긴다. 그런 사고가 잠재해 있으니 먹는 것을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이유 한 가지는 선천적으로 위와 식도를 조절하는 괄약근이 약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면 특별한 진단도 없다. 몇 마디 증상을 이야기하면 다 알고 있다는 듯 바로 처방이 떨어진다. '한 달 복용하세요. 밀가루 음식과 커피를 피하시고 저녁 식사 후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말고 먹자마자 누우시면 안 됩니다.' 레퍼토리가 정해진 이야기를 듣는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증상인 게다. 주위 사람들과 내 이야기를 하면 자신도 그런 상황이라며 나름의 처방을 하나씩 내놓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속 쓰림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다.

산수유

이 번에도 한 달 약을 받아오면서 주의 사항을 지켜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다짐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진다. 중국집에 가야 할 상황도 생기고 커피도 마셔야 하고, 잘 참다가 저녁 식사 후에 과일이나 다른 간식이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요번 한 번만 먹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뭐..'

하면서 사고를 친다.


결국은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먹는 것에 특히 의지가 약하고 그 방면에는 마음이 그렇게 후한지 의아하다. 아마도 근본적으로 나는 먹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잠재의식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과거의 말랐던 내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평소 지론이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인데도 트라우마처럼 새겨진 사고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병원에서 고칠 수 없었던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찾아가며 치유하고 널리 알린 치료 방법이다. 이번 기회에 나 자신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치료를 해보고자 하는 다짐을 한다. 기본적인 것을 준수하고, 먹는 양을 줄이며, 여유 있게 천천히 먹어야겠다. 피해야 할 음식들을 가려가며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음식들은 꾸준히 찾아 먹는 노력도 기울이겠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고 돌보아야 할 이도 바로 나 자신이다. 몸이 불편해서 신호를 보내는 데 무시하고 지나가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늘 좋은 마음으로 밝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과 몸은 둘이 아닌 하나다. 속을 잘 살피고 돌보는 노력을 다하여 속 편한 그날을 꼭 만나야겠다. 이 번 봄에 맞춰 나도 역시 새롭게 태어나는 봄을 맞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매화

#에세이 #건강 #역류성식도염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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